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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어내면 또 붙이고 또 붙이고"…지하철 화장실 점령한 '불법 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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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역사 화장실 15곳 둘러보니
불법 전단 민원 2년 새 2배 증가

"불법 전단 스티커를 긁어내도 며칠 후면 또 붙어요. 아주 골치입니다."


20일 서울 강북구 4호선 미아역에서 만난 60대 환경미화원 이모씨가 한숨을 내쉬며 한 말이다. 이곳 역사 화장실 부스 안에는 '동성 캉캉', '24시간 출장' 등 성매매를 암시하는 문구가 적힌 불법 전단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불법 전단 스티커의 강한 접착력 때문에 떼어낸 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도 보였다. 이씨는 "깨끗하게 떼어지지 않아 적어도 전화번호만큼은 알아보지 못하게 최대한 긁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서울지하철 1·4·5·8호선 주요 역사 화장실을 둘러본 결과 불법 전단물을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변선진 기자

취재진이 서울지하철 1·4·5·8호선 주요 역사 화장실을 둘러본 결과 불법 전단물을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변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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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화장실 곳곳이 불법 전단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날 무작위로 찾은 지하철 1·4·5·8호선 주요 역사 화장실 15곳 가운데 14개 역사 화장실에서 성매매 알선(9건), 불법 의약품 판매(7건)와 관련한 전단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단물이 없었던 역사는 8호선 문정역이 유일했다.


전단물에 나와 있는 한 동성 마사지 업체에 연락하니 노인 목소리의 남성이 전화를 받았다. 그는 "장소는 고객님이 정하면 된다"며 설명을 자세히 늘어놨다. 성매매 알선 가능성이 역력했다. 이어 불법 의약품 판매 업체에도 문의하니 "비아그라(남성 발기 부전 치료제)는 1통당 6만원으로 직거래만 가능하다"는 답이 왔다. 그는 '의약품이 진품인지 증명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대뜸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 이들이 판매하는 불법 의약품 절대다수는 비인가 시설에서 제조된 가짜 의약품인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복용 시 규격에 맞지 않는 성분으로 뇌졸중, 심장마비 등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

서울 지하철 내 불법 전단물과 관련한 민원은 증가세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불법 전단 관련 민원은 2022년 1677건, 2023년 1979건, 지난해 3025건이었다. 올해도 4월까지만 1194건에 달하는 민원이 접수됐다. 서울역에서 만난 송모씨(49)는 "10년 전에도 역사 화장실 내 특정 불쾌한 문구가 적힌 성매매 전단물이 있었는데 아직도 보인다"며 "지하철은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하는 장소인 만큼 강력한 단속과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긁어내면 또 붙이고 또 붙이고"…지하철 화장실 점령한 '불법 전단' 원본보기 아이콘

지하철 내 불법 전단물 부착 행위는 경범죄처벌법상 처벌 대상이다. 그러나 과태료가 5만원에 그치는 데다 화장실의 경우 단속마저 어려운 탓에 불법 전단물 자체를 근절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서울교통공사 측 입장이다.


다만, 공사 역시 지하철 이용객이 불법 전단물에 나와 있는 업체로부터 현혹되지 않도록 여러 대책을 강구 중이다. 일례로 불법 의약품 관련 전단물에 대해서는 '대포킬러(무제한 전화 자동 발신)'를 통해 판매자 전화번호를 차단하는 한편 경찰 수사 등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무허가 의약품 제조·판매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하철 이용객은 호기심에라도 불법 전단물에 나와 있는 업체에 전화를 걸지 말 것을 당부한다"며 "불법 전단물을 발견한 경우 공사로 신고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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