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산림사업 관리·감독 실태' 보고서
산림청이 공사 관리인력이 부족한 산림조합과 관행적 수의계약을 맺으면서 산사태 방지를 위한 구조물을 시공하지 않는 등 임도(林道·산림 속 차로)를 부실시공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물량 위주의 임도 늘리기에만 치중하면서 부실시공 방지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이 이날 공개한 '산림사업 관리·감독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1∼2023년 전국에 설치된 1531개 임도 가운데 135개 임도를 점검한 결과 103곳(전체의 76%)에서 법정 구조물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산림자원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임도를 설치할 때 성토사면(흙을 쌓아 만든 경사면)의 길이가 5m를 초과하는 경우 옹벽·석축 등 구조물을 설치해 산사태를 방지하도록 하고 있다.
또 산림자원법에는 타당성 평가를 통과한 경우에 임도를 설치하되, 임도 노선의 10% 이상이 급경사지(경사도 35도 이상)인 경우 순절토 시공(땅 깎기로 발생한 흙 등을 치우는 공사)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감사결과 일부 지자체는 타당성 평가항목인 경사도를 육안으로 가늠해 실제보다 낮게 평가하는 등으로 임도 설치의 타당성이 없는 15개 노선에 임도를 개설했다.
급경사지 지형에 신설한 임도 38개소의 경우도 급경사지 구간(24.2㎞)에 대한 순절토 시공 여부를 점검한 결과, 12.5㎞에 대해 순절토 시공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자원법에는 임도의 종단기울기(노면의 높낮이 차이)는 14% 이하로 시공하되, 노면 포장을 할 경우 최대 18%까지 허용하지만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충청남도 등 3개 도에서 311개 임도를 신설하면서 11.9㎞ 구간은 종단기울기가 14~18%인데도 노면 포장 없이 준공했고, 3.8㎞ 구간은 노면포장을 했으나 종단기울기 18%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산림청에 임도 부실시공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요구하고, 부실 시공된 임도에 대해 산사태 취약 여부 점검과 산사태 예방 대책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특히 산림청은 2011년 산림조합과의 관행적인 수의계약에 따른 산림사업 부실 공사 방지 등을 위해 경쟁입찰 확대, 산림조합의 기술자 보유 현황 기준의 최대 수주액 관리 등의 제도개선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지방산림청과 지자체 등은 사후관리가 용이하다는 등의 이유로 공사 관리인력이 부족한 산림조합과 수의계약 관행을 지속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산림청·지자체가 산림조합과 수의계약한 비율은 2019년 87.2%에서 2023년 95.5%로 뛰었다. 산림조합은 현장대리인 1명에게 최대 6개의 사업현장을 관리하게 하거나, 자격미달자에게 사업현장을 관리하도록 하는 등 임도 부실시공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밖에 산림사업을 부실하게 수행한 데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 또한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과도한 수의계약으로 산림사업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일이 없도록 경쟁입찰확대와 부실수행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 조치 등을 강구하도록 산림청에 통보했다"면서 "산사태 원인조사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관련자 1명에 대한 문책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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