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산 가금육 조류독감 수입금지
치킨업계, 국내산 사용…영향 제한적
가공식품 업체부터 연쇄적 공급 부담 우려
정부가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브라질산 닭의 수입을 금지한 가운데 국내 닭고기 시장 전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대부분이 국내산을 사용하고 있는 데다 닭고기 시장 내 국산 자급률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수입 금지 조치가 장기화한다면 가공식품 업체를 중심으로 국내산으로 수요가 몰리며 연쇄적으로 공급망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브라질산 종란(병아리 생산용 계란), 식용란, 초생추(병아리), 닭고기 등 가금육의 국내 수입을 이달 15일 선적분부터 전면 금지했다. 이는 지난 15일 브라질 남부 히우그란지두술주(州)의 상업용 가금류 사육 시설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가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이달 1일 이후 이미 선적된 물량은 고병원성 여부를 검사한 뒤 반입 여부를 결정한다.
브라질산 닭 수입금지…치킨업계 "국산 사용, 이상 無"
브라질은 세계 1위의 닭고기 수출국이자 2위 생산국이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브라질은 전 세계 닭고기 생산량의 14%를 차지하는 주요 가금류 수출국이다. 지난해엔 약 100억 달러(14조원 상당)의 수출고를 올렸다. 국내에서도 냉동 닭고기의 수입량 대부분을 브라질산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전체 닭고기 수입량 5만1147t 중 88%에 달하는 4만5211t의 닭고기를 브라질에서 들여왔다.
정부가 브라질산 닭고기의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국내 치킨업계의 가격 인상과 닭고기 수급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이번 조치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대부분이 브라질산 닭이 아닌 국내산 닭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BBQ는 순살과 부분육 모두 국산 신선육을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고, 교촌치킨도 국내산과 태국산을 사용하고 있다.
업계는 지난해 3월 bhc치킨이 일부 메뉴 닭고기를 국내산보다 절반 가까이 저렴한 브라질산으로 슬쩍 바꾸고 가격까지 올린 것으로 드러나며 뭇매를 맞은 것이 브라질산 닭 사용을 줄이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논란 이후 bhc치킨은 해당 메뉴의 닭고기를 국내산으로 다시 변경했고, 현재까지도 국내산을 사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당 논란 이후 경쟁사들도 브라질산 닭은 전부 배제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현재는 중소 브랜드에서 순살 관련 제품만 소량 취급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닭고기 시장은 자급률이 높은 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육계 자급률은 83.3% 수준이다. 여기에 닭고기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지난해 원종계(식용 닭의 번식을 위해 사육되는 닭) 입식 물량이 747만9000마리로 전년(720만4000마리) 대비 3.8% 증가하며 올해 자급률은 86.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브라질 닭 가공식품에 주로 사용…장기화 시 공급망 '흔들' 우려
이번 수입 금지 조치는 기타 외식·식품업계의 상황을 더욱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 수입되는 브라질산 닭고기는 부위별로 들어와 주로 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되는 가공 치킨 제품과 단체급식이나 주점 등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간거래(B2B) 식자재 마트용 제품에 사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브라질산 닭은 치킨집이 아닌 주로 편의점 도시락이나 급식용 반찬, 이자카야의 치킨 가라아게 등의 용도로 많이 사용된다"며 "대부분 냉동 제품인 만큼 유통기간이나 보관기간이 길기 때문에 한두 달 수입이 중단된다고 해서 운영에 차질을 빚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조치가 수개월 이상 장기간 이어진다면 수급에 있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수입 중단은 60일간 한시적으로 적용되며, 이후 평가 결과에 따라 해제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실제로 브라질산 닭 수입 금지 기간이 길어질 경우 국내산 닭 수요가 급증하며 연쇄적으로 공급부족이 빚어지고 결국 전방위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저렴한 수입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국내산 부분육에 대한 수요가 계속해서 높아질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기존에 국내산을 사용하던 업체에도 수급 불안에 따른 가격 부담이 전해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당장 이달 육계 도축 마릿수는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유통 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5월 육계 도축 마릿수는 6547만~6682만마리로 전년 동기(6744만마리) 대비 0.9~2.9%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도축 물량이 증가하며 가격은 전월 대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