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튼인베스트먼트 亞 투자 담당 임성윤 파트너
"일본은 증시 밸류업 의지가 상당히 강했다. 차기 한국 정부도 밸류업 화두를 놓지 않고 임기 내내 강하게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달튼인베스트먼트에서 10년 이상 아시아 투자를 담당해온 임성윤 파트너(한국법인 공동대표)는 한국 증시 밸류업을 위해 오는 6월 출범하는 차기 정부가 "더 확실한 채찍과 당근을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임 파트너는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주요 대선주자들이 '코스피 5000', '박스피 탈출' 등의 메시지로 한국 증시 부양 의지를 내비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표를 의식한 선심성 공약에 그쳐선 안 된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요인은 밸류업 관련 부분"이라며 "주주 입장에서 기업이 주주가치를 우선순위에 둔다는 신뢰도가 낮다. 주주환원, 배당 이런 부분이 다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주환원 강화 등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자본시장 선진화, 밸류업 프로그램(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대해서는 "큰 변화였다. 굉장히 좋은 화두를 던졌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추진 과정에서) 당근과 채찍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기에 점점 미진해지고, 정부의 의지도 약해지는 듯한 상황이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임 파트너는 "차기 정부는 밸류업 움직임에 더 의지를 갖고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면서 "추진 방식도 일관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속적이고 일관된 개혁 사례로는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 롤모델이 됐던 일본을 꼽았다. 그가 속한 달튼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운용자산만 45억달러(약 6조원)에 달하며 2000년부터 도쿄에 직접 리서치팀을 두고 20년 이상 일본 시장에 투자 중이다.
아시아 시장 투자 전문가인 임 파트너는 일본의 밸류업 성공 사례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으로 '강한 의지'를 꼽았다. 그는 "일본은 시장을 잘 아는 전문가들을 주요 보직에 뒀고 오랫동안 지속해서 그 자리에서 일할 수 있게 했다"며 "추진 과정에서도 점점 강하게 푸시했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인사 개입보다는 현장 경험이 많은 금융 전문가, 개혁 성향의 전문 관료들이 관련 정책을 주도하도록 함으로써 이들이 장기간 일관된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 셈이다. 여기에 자칫 '용두사미' 꼴이 나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지속적인 의지를 보인 것 역시 성공적 밸류업의 배경이 됐다.
임 파트너는 과거 일본 금융당국이 장기간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인 기업은 퇴출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던 사례를 언급하면서 "실제로는 퇴출까지 가지 않고 경고성으로 마무리됐으나, 그 정도로 의지가 강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임 파트너는 한국 경제가 저출산 고령화로 구조적 성장이 어려워지고 있는 점, 기업가 정신이 약한 점 등을 우려하면서 "일본도 비슷한 현상을 겪었다. 그렇기에 일본처럼 자본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기업활동에 있어 죽어 있는 자본이 많다"면서 "자본이 주주가치를 최우선시하는 형태로 움직이게 되면 다른 활동들도 조정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위 수급 문제로 인해 장기투자를 촉진하는 세제 혜택,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시장에서) 계속 나온다"며 "단기투자에 쏠리지 않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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