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정치인·공무원 사칭
"선입금 받고 대리구매는 응하지 말아야"
"콘서트가 끝난 뒤 거기서 회식하고 싶은데요…."
수화기 속 남성은 자신을 유명 가수의 소속사 직원이라고 밝히며 식당 주인 A씨에게 예약 문의 전화를 했다. 그러면서 "B 업체를 통해 와인을 구매해달라. 결제는 회식할 때 하겠다"고 했다.
A씨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남성이 문자 메시지를 통해 보낸 소속사 명함, 와인 업체 대표 명함은 인터넷에서 곧바로 검색이 가능한 곳이었다. 결국 단체예약을 놓치기 싫은 마음에 B업체 계좌로 주류 대금 3000만원을 이체했다.
이후 해당 남성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소속사 역시 A씨에게 전화한 적도 회식한 적도 없다고 대답했다. 지난달 11일 경기 수원시 인계동의 한 음식점에서 발생한 '노쇼' 사기였다.
연합뉴스는 18일 소상공인을 겨냥해 단체 식사 예약 혹은 대규모 물품 주문을 할 것처럼 속인 뒤 돈을 가로채는 이른바 '노쇼' 사기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칭 대상은 유명 연예인부터 정치인, 공무원까지 다양하다.
지난 13일께 충남 천안시의 식당 6곳에는 자신을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의 비서관이라고 밝힌 C씨의 전화가 걸려 왔지만, 결국 사기로 밝혀졌다. 당시 C씨는 "의원님과 장관님을 포함한 20명 회식 자리를 예약하려 한다. 의원님이 원하는 와인이 있는데 2병(1040만원 상당)을 미리 준비해달라"며 주문할 수 있는 와인 업체도 소개했다.
예약 당일인 14일이 됐지만 C씨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 피해 업주들은 경찰에 신고했다. 실제로 와인 값을 송금한 식당은 약 1000만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 공무원을 사칭해 사기를 저지른 이들도 있다. 이달 초 충남 천안에서는 천안서북소방서 직원을 사칭한 남성이 실제 소방관 명함을 한 실내 인테리어 업체에 건네며 "당장 집행할 예산이 없으니 5500만원 상당의 방화복을 대리 결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다행히 업주가 소방서에 확인해 해당 소방관은 대리 구매를 요청한 적이 없었던 것을 확인했다.
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식당이나 주점을 상대로 한 피해 수법은 대부분 대규모 예약을 문의하며 이를 빌미로 수백만∼수천만 원의 고가 주류 등을 특정 업체에서 구매하도록 유도한 뒤 돈만 가로채는 방식이다.
이 수법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뿐 아니라 사칭한 대상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
지난 14일 대전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선거캠프를 사칭하며 후보 명함 30만장(200만원 상당)을 제작 의뢰한 뒤 송금을 유도하는 일이 발생하자 민주당은 입장문을 통해 "주문 후 노쇼를 통해 이 후보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려는 사기행각"이라며 엄정 대응할 뜻을 밝혔다.
임영웅 소속사 물고기뮤직은 16일 SNS에 "최근 임영웅의 이름을 사칭해 식당 예약을 빌미로 노쇼(No-show) 피해를 유발하거나 고급 주류 배송 및 금전 제공을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물고기뮤직은 당사 명의로 외부에 식당 예약을 진행하지 않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금전 이체, 물품 구매, 주류 배송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러한 요구는 모두 사칭에 의한 불법 행위임을 알려드린다"고 강조했다.
송가인, 하정우, 남궁민, 변우석, 이수근, 성시경 등도 사칭 피해를 입어 소속사 측이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해당 사안은 업계에 실질적 피해를 초래하는 중대한 불법 행위"라며 "사칭 및 사기 행위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 대응 등 강경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사기는 실제 대면 없이 대포폰을 이용한 전화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서만 이뤄지기 때문에 추적이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관공서는 절대 전화로 고액의 물품 구매 요청을 하지 않으며, 다른 업체에 대납을 요구하는 경우도 없다"며 "단체 예약 주문은 일정 부분 선입금을 받는 것이 좋고, 대리 구매 요청 등은 사기일 수 있으니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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