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탓 금융지주 부실채권 증가세 뚜렷
수익성 개선됐지만 자산건전성 관리 필요 지적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금융사들이 차주들에게 빌려주고 제때 받지 못하는 돈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건전성 지표가 나빠지고 있어서 금융사들이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침체 탓 금융지주 부실채권 증가세 뚜렷
19일 4대 금융지주가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이들의 평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82%였다. 4대 금융지주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3년 말 0.63%에서 작년 말 0.75%로 올랐는데 올해 1분기 재차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은행이나 금융회사가 사람들에게 대출해준 돈 중에서 회수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큰 돈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올라갈수록 금융회사의 부실채권(NPL)이 증가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회사별로 보면 KB금융지주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15%로 가장 높았다.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40%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KB부동산신탁(64.7%), KB저축은행(9.50%) 등 일부 계열사의 높은 부실채권 비율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신한금융지주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84%로 KB금융지주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신한지주 역시 신한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31%에 불과했지만 신한자산신탁(76.4%), 신한투자증권(15.9%), 신한저축은행(7.8%) 등 타 계열사 영향이 컸다. 우리금융지주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69%, 하나금융지주 0.59%로 타사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고정이하여신보다 더 상태가 안 좋은 채권으로 꼽히는 무수익여신비율 역시 올라가는 추세다. 고정이하여신이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이라면 무수익여신은 그중에서도 아예 이자도 못 받을 정도로 더 심각한 부실채권이다. KB국민은행의 올해 1분기 무수익여신비율은 0.34%로 작년 말 0.23%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0.18%에서 0.25%로, 우리은행은 0.19%에서 0.24%로 올라갔다. 반면 하나은행은 0.28%에서 0.25%로 감소했다.
금융사 자산건전성 관리 필요
국내 금융사 부실채권이 증가하는 것은 장기간 지속된 경기 둔화의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1분기 우리나라 경제는 전 분기 대비 0.2% 역성장했는데 내수와 투자가 동반 부진한 영향이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돈을 빌린 후 갚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정KPMG가 지난달 발간한 부실채권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작년 3분기 말 기준 14조5000억원(신용카드 부문 제외)으로 2022년 말(10조1000억원)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삼정KPMG 관계자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무역갈등 심화가 글로벌 경기 둔화를 야기하며 대출 연체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며 "이런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4대 금융지주에서 NH와 iM, BNK, JB, 한국투자, 메리츠금융지주 등을 포함한 10대 금융지주로 범위를 더 넓혀봐도 금융사의 자산건전성 하락 추세는 뚜렷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10대 금융지주의 평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90%로 2023년 말(0.72%) 대비 0.18%포인트 상승했다.
신용 손실흡수 능력을 판단하는 지표인 대손충당금적립률도 122.7%로 전년 말(150.6%) 대비 27.9%포인트 하락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익성이나 자본적정성 등 금융사의 주요 경영지표는 양호해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상승하는 등 자산건전성 관리 강화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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