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에 가족 잃은 아이티 여성
복수하려 '독약만두' 만들어 먹여
다른 조직원들 여성 집 불태워 보복도
여성, 범행 후 자수 및 신변보호 요청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로 꼽히는 아이티에서 여성 노점상인이 지역을 장악한 갱단원에게 독극물이 든 음식을 건네 최소 40명을 숨지게 한 뒤 경찰에 자수했다.
최근 영국 데일리스타 등 외신에 따르면 이달 초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남동쪽 켄스코프 마을에서 노점상을 하던 여성이 갱단원들에게 독극물이 들어간 엠파나다(튀긴 만두와 비슷한 음식)를 건네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엠파나다를 판매하는 상인이었던 이 여성은 자신이 만든 엠파나다에 농약이나 살충제로 사용되는 화학 약품을 넣었다. 그런 다음 갱단 조직원들에게 "마을을 지켜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이 음식을 전했다.
농약이 든 음식을 먹은 갱단원 40여 명은 극심한 복통과 경련을 호소하며 병원 치료를 받으려 했지만, 병원에 가기도 전에 모두 사망했다.
이후 노점상 여성을 의심한 다른 갱단원들은 그의 집을 찾아가 부수고 불을 질렀다. 그러나 당시 여성은 보복이 두려워 이미 집을 떠나 있었던 덕분에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여성의 신변에 이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후 여성은 경찰서에 직접 찾아가 자수하며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그는 경찰에서 "공범 없이 혼자 저지른 단독 범행이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여성은 갱단원들에게 가족을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갱단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티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유엔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아이티에서는 갱단 관련 폭력으로 5600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수도 포르토프랭스는 갱단의 영향력이 가장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번에 사건에 휘말린 갱단인 비브 안산은 오랫동안 해당 마을을 장악해 왔다. 이 갱단은 마을 주민을 상대로 여러 해 동안 강도, 납치, 살인 등 중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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