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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현 체제' 1년…삼성 반도체, 하반기 변화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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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투수 등판' 삼성 DS부문장 부임 1년
'초격차 기술 경쟁력' 위해 조직부터 개편
보고 줄이고 현장 집중, HBM 개발팀 신설
내달 글로벌 전략회의…하반기 성과 기대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깜짝 인사를 단행했다. 전영현 당시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을 반도체 수장인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에 앉혔다. 연말도 아닌 시기에 나온 '핀셋 인사'였다. 전 부회장은 메모리사업부장까지 직접 맡기로 했다. 부문장과 사업부장을 분리해온 삼성의 인사 방침을 깬 건 위기감을 방증한다. 오는 21일이면 '구원투수'가 등판한 지 1년이 된다.


전 부회장은 부임 직후 사업부별 현안을 보고받고 조직 진단에 나섰다.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2024년 7월 고대역폭메모리(HBM) 전담 개발팀을 신설하면서 기술 역량 복원에 돌입했다. 그해 10월 3분기 잠정 실적이 나오자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끄는 경영진에 있다"며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 수뇌부가 실적과 관련해 별도 메시지를 낸 건 처음이었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DS부문장.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DS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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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위기감 실제로 크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외부에서 보는 위기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경영진도 많다"며 "확실한 리커버리를 보여줄 때까지 로키(low-key)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가전 파트는 경기 변화에 따른 매출 차이가 완만하지만, 반도체는 기술 격차와 시장 수요에 따라 실적 변동 폭이 크다"며 반도체 사업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삼성 반도체는 ▲메모리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스템LSI(설계) 등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메모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내주면서 위기를 자초했고, 야심차게 뛰어든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 TSMC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엑시노스' 등을 설계하는 시스템LSI사업부도 퀄컴 등 경쟁사에 밀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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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 회복하려면 조직부터 바꿔야= 전영현 부회장은 메모리 개발실 출신으로, 누구보다 내부의 문제를 잘 알고 있다. DS부문장을 맡은 뒤 공개 석상에 자주 나타나기보단 조직의 '새 판'을 짜는 데 집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술력 회복의 열쇠가 조직에 있다고 본 것이다.

전 부회장은 지난해 밝힌 사과문을 통해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미래 준비 ▲조직문화 개선 등 3가지를 약속했다. 기술적으로는 D램 재설계를 결정했고, 조직도 대대적으로 개편하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실적이 중요한 국내 사업 환경에서 근본 문제에 접근하는 건 쉽지 않다. 성과가 나오는 데 2~3년가량 소요되는 반도체 특성을 고려하면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첫 사내 메시지로 제시한 조직 문화 'C·O·R·E'가 대표적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소통하고(Communicate), 직급·직책과 무관하게 치열한 토론으로 결론을 도출하며(Openly Discuss),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Reveal),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를 결정하고 철저하게 실행한다는(Execute) 의미다. 지난해 11월 다섯 차례에 걸친 '릴레이 임원 토론회'도 그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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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보지 말고 현장 뛰어들라= 전영현 부회장은 가장 기본적인 보고체계도 뜯어고쳤다. 현장에서 파트장-PL(프로젝트리더)·그룹장-상무-부사장 등을 거치던 실행 단계를 대폭 축소하고, 상무급에 중간관리자 역할을 맡겼다. 경영의 중심축을 현장으로 옮기겠다는 취지다.


'라인 슬림화'는 단순한 구조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DS부문은 조직 규모가 방대하고 기술·품질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아 오랜 기간 '다단계 보고체계'가 고착돼 있었다. 이렇다 보니 기술 검토나 설비 투자 안건이 현장부터 의사결정자까지 올라가기 쉽지 않았고 그만큼 업무 집중도가 떨어졌다. 실무진에선 '보고를 위한 보고'로 실행력이 떨어진다는 불만도 적지 않았다.


보고체계부터 바꾼 전 부회장의 결정은 '현장'과 '속도'에 집중한 것으로 평가된다. 수율과 설계 역량 저하, 시장 대응 속도 지연 등 비판에 대한 답을 조직 구조와 내부 문화에서 찾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인 권한을 이동시켜 실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 것"이라며 "임원급이 현장을 더 가까이에서 챙기고 관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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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1년, 하반기 성과 기대해도 될까= 반도체 사업 특성상 1년 만에 반전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조금씩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시장 여건 등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조금 나아질 것이라고 내부적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주요 경영진과 해외법인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 방침이다. 주요 현안을 공유하고 기술·영업 전략 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로, 통상 6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6월 전략회의에선 하반기 전략을 다루게 되는데, 삼성전자 내부에선 하반기부터 반도체 부문의 가시적인 성과가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영현 부회장도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이런 구상을 밝혔다. 그는 "하반기부터 HBM3 12단 제품을 빠르게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라며 "HBM4 및 커스텀 HBM 시장에서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또 "파운드리는 2나노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1나노대 차세대 공정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서 강한 기술·제조 역량을 갖추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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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4역' 전영현, 차기 메모리사업부장은 언제쯤= 다만 전영현 부회장에게 '1인 4역' 과중한 업무가 몰린 점은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그는 ▲대표이사 부회장 ▲DS부문장 ▲메모리사업부장 ▲삼성종합기술원(SAIT) 원장 등 최소 4가지 직책을 겸하고 있다.


'전영현 사단'을 구축한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과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남석우 파운드리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CTO·사장), 김용관 경영전략담당(사장) 등이 그를 보좌하고 있지만 새로운 메모리사업부장 선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인사 원칙은 적임자가 나오지 않으면 비워둔다는 것"이라며 "단독 대표이사 체제까지 더해진 만큼 업무 쏠림을 해결하는 것도 필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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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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