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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동생은 배우인데 넌 왜?"…콤플렉스 극복하고 스타된 '콧치노 켄토' [일본人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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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콤플렉스에 형과 비교
학창시절 따돌림 당하기도
퇴사 후 '진짜 나' 찾아 쓴 곡으로
직장인 공감대 얻으며 스타덤 올라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쇼츠에 뜨는 '기리기리 댄스' 챌린지를 아시나요? '하이 요로콘데(네 기꺼이)'라는 노래로 우리나라 가수 소개 유튜브에도 출연해 라이브를 선보이기도 했는데요. 푸근한 몸에 개성 있는 얼굴인데요. 그런데 이분의 형이 일본 유명 배우 스다 마사키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형이랑 하나도 안 닮았는데?'라는 반응도 나왔었습니다. 오늘은 배우인 형, 동생 사이에서 어린 시절부터 겪은 열등감을 극복하고 노래로 스타덤에 오른 가수 '콧치노 켄토(こっちのけんと)에 대해 들려드립니다.


콧치노 켄토는 활동명이고, 본명은 스고 켄토인데요. 형 스고 다이쇼는 스다 마사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명 배우고, 동생은 본명 스고 아라키로 배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위아래 형제가 모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것인데요. 형과 동생은 비교적 샤프한 얼굴이어서 콧치노 켄토의 연관 검색어에는 '스다 마사키랑 안 닮았어'가 뜰 정도죠. 일본 방송에서도 형인 스다 마사키와 얼굴을 비교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콧치노 켄토 앨범 자켓 사진. 콧치노 켄토 인스타그램.

콧치노 켄토 앨범 자켓 사진. 콧치노 켄토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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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어린 시절부터 계속해서 느꼈던 콤플렉스였다고 합니다. 형은 중학생 시절부터 오사카 거리만 나가면 기획사에서 연예인 해볼 생각이 없냐며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형이 결국 학창 시절 데뷔를 하면서 "형이 연예인인데 너는 왜 그렇게 생겼느냐"라는 비교를 많이 당했다고 합니다. 하도 그러다 보니 스다 마사키의 동생으로 불리는 것 자체가 두려워졌고,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필통을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개인 신상을 인터넷에 유출하는 등 따돌림도 당했었는데요. 그런데도 막 데뷔한 형에게 먹칠할 수 없으니 '이상적인 스다 마사키의 동생'이 되기 위한 삶을 살았다고 합니다. 지금도 '아버지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잘 풀린다'고 방송에 나와서 말할 정도로 가족들과 사이가 나쁜 건 아니었지만, 잘 나가는 형과 평범한 본인 사이의 괴리를 많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콧치노 켄토는 다른 연예인 형제들에 비해선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권유로 대학은 살던 오사카에서 도쿄에서 다니게 돼 상경하게 됐고, 대학교 1학년때는 중의원 비서로도 일하면서 착실하게 취업을 위한 스펙을 준비하고 있었죠. 대신 그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 활동은 노래였습니다. 대학에서 아카펠라 동아리에 들어가 활동했는데, 아마추어 아카펠라 전국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을 할 정도로 열심히 했었다고 해요.


콧치노 켄토(왼쪽부터), 스다 마사키, 스고 아라타. 콧치노 켄토 인스타그램.

콧치노 켄토(왼쪽부터), 스다 마사키, 스고 아라타. 콧치노 켄토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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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노래는 취미로 하고 일단은 취업 전선에 뛰어들게 됩니다. 심지어 여러 번 면접에서 고배를 마셨던 경험도 있었다고 해요. 잘 안되는 시기를 거쳐 '이제 여긴 떨어져도 되겠다'라고 생각했던 면접에서 이것저것 속 시원하게 말하고 나니 취직에 성공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정작 들어간 회사에서는 야근이 잦았고, 회사에서 거의 살다시피 해야 할 정도로 업무 강도가 셌다고 합니다.


어느 날 오랜만에 집에 돌아왔는데 현관에서 꼼짝도 못하게 됐고, 스케줄 관리도 안 되고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심한 무기력에 빠졌는데요. 회사 선배의 병원에 가보라는 권유에 진찰받았다가 우울함이 심한 상태라는 진단을 받고 일단 휴직하게 됩니다. 그리고 휴직하는 기간에 돌아보면서 자신과 맞지 않는 일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퇴사합니다.

회사를 그만둔 후에는 곡을 썼는데, 처음에는 업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써 내려갔다고 해요.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아버지와 통화를 했는데, 아버지가 전화를 끊기 전에 '죽지 마(死ぬな)'라고 한 것이 기억에 남아 곡을 쓰게 되는데요. 이 곡을 다 쓰면 나는 정말 스스로 삶을 등져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해요.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곡이라는 생각으로 이것이 돈이 될지, 음악을 다시 하는 것이 맞을지 등에 대해 고민은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유튜브에는 아카펠라 영상을 올리기 시작하는데요.


이때 남에게 잘 보여주기 위해, 이상적인 모습을 위해 사람들에게 자신을 숨기고 맞추는 '저쪽의 켄토(앗치노 켄토·あっちのけんと)', 그리고 진정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따라 움직이는 '이쪽의 켄토(콧치노 켄토)'가 탄생하게 됩니다. 콧치노 켄토가 활동명이 된 이유죠.


'하이 요로콘데'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콧치노 켄토 유튜브.

'하이 요로콘데'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콧치노 켄토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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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름을 조금씩 알리다가, '네 기꺼이(하이 요로콘데)'라는 노래로 대박을 터뜨립니다. 이 '하이 요로콘데'는 발매 한 달 만에 뮤직비디오 조회 수 1000만회 재생을 달성할 정도였고, 바로 NHK 연말 무대 홍백가합전에 오르게 되는 등 인기를 끌게 되죠. 영어 버전도 생겨났고, 서울에 방문해 유튜브 채널에 올릴 서울 버전 영상을 찍어가기도 했는데요.


이것이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제목과 가사, 그리고 뮤직비디오가 주는 메시지 3박자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제목 '하이 요로콘데'는 일본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인데, 술집에 가서 이것저것 달라고 주문을 해도 '네 알겠습니다'라는 수준으로 쓰이는 말입니다. 우리 말로는 '네 기꺼이(하겠다)'라는 뜻인데요.


일본에서는 혼네와 다테마에 문화가 있습니다. 자신의 본심(혼네·本音)은 되도록 숨기고, 사람들과 갈등을 빚지 않는 이상적이고 친절한 모습(다테마에·建前)을 보여주는 문화인데요. 본심을 드러내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은 상대에게 끼치는 '민폐(메이와쿠·迷惑)'로 여겨집니다. '하이 요로콘데'라는 말이야말로 본인이 내키지 않더라도 상대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다테마에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후렴구로 틱톡 챌린지에 등장하는 '기리기리 단스'는 '아슬아슬'하다는 뜻을 나타내고, 가사에 'SOS'를 나타낸 모스부호를 넣으면서 이런 사람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드러냅니다.


뮤직비디오는 일본의 1960~1970년대 애니메이션 작풍을 그대로 차용합니다. 복고풍으로 그림을 그리는 카네히사 카즈야씨에게 노래를 들려줬는데, 바로 작업에 들어가 완성했다고 하죠.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보고 콧치노 켄토도 감동해 울었을 정도라고 하네요.


여하튼 이 노래가 많은 직장인의 공감을 끌어내면서 같은 해 콧치노 켄토는 일본 레코드 대상 최우수 신인상 수상, NHK 홍백가합전 출연 등 많은 러브콜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과 항상 함께 있던 우울함에 대해서도 직면하게 됐는데요. 한참 주가를 띄우고 있던 도중 돌연 본인이 조울증을 앓고 있다고 발표하고 쉬다 오겠다며 휴식기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어릴 적 가장 가까운 사람과 비교당하며 생긴 혼란과 콤플렉스, 그리고 결국에는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진짜 나'를 찾아가는 노래로 희망을 준 가수가 됐는데요. 우리도 남의 시선과 사회적 기준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속으로는 SOS를 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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