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후보 지지율 '30% 박스권' 영향
윤상현 "감탄고토 정치 국민 공감 못 얻어"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취임 일성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을 '권고'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이날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윤 전 대통령을)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찾아뵙고 '당과 대선 승리를 위해 결단해줄 것을 요청 드리겠다"며 "비대위원장으로서 대통령께 정중히 탈당을 권고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의 결정과 별개로, 대법원·헌법재판소 판결을 기준으로 일정 기간 당적을 제한하는 등의 '또 다른 절차'를 고려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이 자진 탈당하지 않더라도 당 차원에서 강제로 당원권을 금지할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김용태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대한민국교원조합 제21대 대선 정책제안서 전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2025.5.15 김현민 기자
김 위원장이 이 같은 '강수'를 던진 것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나흘 차에 접어든 상황에서 김문수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30% 박스권'을 맴도는 데 대한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도 확장을 위해선 당과 김 후보가 '12·3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 입장에 대해 사과하고, 윤 전 대통령과 결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최근 당 안팎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정현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역시 이날 중앙선대위 회의에 처음 참석한 자리에서 "오늘 중으로 윤 전 대통령 자진 탈당을 권고할 것을 제안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도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의 탈당 문제는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김 후보는 최근 윤 전 대통령과의 직접 통화에서도 같은 취지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재원 후보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두 사람의 통화 내용과 관련해 "여러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정확한 것은 단 한 가지"라며 "김 후보는 탈당 문제에 전혀 의견을 제시한 바 없고, 윤 전 대통령의 판단과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것이 일관된 답변"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다만 김 후보가 탈당을 만류했다거나, 계엄과 관련해 사과한 김 후보를 윤 전 대통령이 질책했다는 등의 보도에 대해선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를 두고 김 후보가 당 일각에서 제기된 제명·출당 등 강제 조치 요구에 직접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면서도,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정리'가 필요하다는 인식 자체에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기조를 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후보로서는 대선 국면에서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강성 보수층도 외면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이에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역할은 김용태 비대위원장을 필두로 당·선대위 지도부에 분담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다만 김 위원장의 '자진 탈당 요구 드라이브'는 당내에서도 적지 않은 저항이 예상된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김 위원장 회견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내부 분열과 감탄고토(甘呑苦吐·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의 정치는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없다"며 "대통령과 후보의 지지층이 겹치는데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을 내치는 듯한 메시지를 반복한다면 과연 그 지지층이 후보에게 표를 줄까"고 즉각 반발했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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