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코딩도 AI가 해주는 세상
'린 스타트업' 가속화 예상
"창업 지각변동…모두에 기회"
"코드 한 줄도 못 쓰던 제가 혼자서 인공지능(AI) 서비스를 만들게 될 줄 몰랐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제품 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순명 매니저는 사진을 평가해주는 AI 웹 서비스 '미러'(Mirror)를 만들어 소위 '대박'을 냈다. 미러는 사용자가 사진을 업로드 하면 구도, 빛, 색감, 초점 등을 분석해 점수를 내주는 서비스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 3월 서비스를 개시한 지 한달 만에 7만8000여장의 사진이 업로드되며 인기를 끌었다. 하루로 치면 2800장으로, 한 시간에 100장이 넘는 사진들이 올라오며 AI 분석을 요청한 것이다. 이 매니저의 취미는 사진을 찍고 보정하는 정도였을 뿐 정식으로 코딩 교육을 받은 적 없다. 그는 "상상만 했던 서비스를 AI로 직접 만들고 사용자 피드백을 받아 기능을 개선 중"이라고 밝혔다.
오픈AI 서비스와 연동…AI 사진 분석가 탄생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손쉽게 AI 서비스를 만드는 일이 현실화되고 있다. 창업 초기 비용을 줄이는 이른바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린(Lean)은 '군더더기 없는, 날씬한'이라는 영어 단어다. 아이디어 기반으로 불필요한 요소나 낭비를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해 빠르고 효율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최소 요건만 갖춘 제품(MVP)을 빠르게 출시하고 시장 반응을 본 후 필요하면 즉시 수정하거나 폐기하는 방식이다. 브랜드 마케팅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스태커스'의 이한준 대표는 "AI를 활용하는 창업자의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창업 생태계의 지각변동이 곧 시작될 것 같다. 분명한 건 우리 모두에게 기회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린 스타트업이 가능해진 건 코드 개발 지원 플랫폼 덕분이다. '미러'를 만든 이순명 매니저가 비개발자 출신이면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었던 건 플랫폼 '레플릿(Replit)'의 도움이 컸다. 레플릿은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코딩 플랫폼이다. 월 구독료 20달러의 유료 상품에 가입했고 원하는 서비스를 대화형식의 프롬프트로 작성했다. 레플릿 AI와 대화를 통해 사진을 올리면 AI가 평가해주는 웹페이지의 기초 틀을 만들었다. 여기에 이미지와 시각 데이터 분석에 특화된 '오픈AI 비전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를 연결해 "너는 사진 전문가야. 각 항목별로 점수를 주고 총평을 작성해줘"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초기 버전의 서비스를 완성해 배포했더니 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자신의 사진을 평가받고 싶은 사용자들의 이용 건수가 크게 늘었다. 언젠가 사진가를 위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던 오랜 꿈이 이뤄진 것이다. 그는 다양한 성향을 가진 AI 사진 평론가 페르소나를 만들고 평가 결과를 외부에 공유할 수 있도록 해 사용자 흥미를 높였다.
최근 AI 창업은 미러와 같은 시각 지능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지난해 하반기 국내 2500여개(2517개) 1인 이상 AI 기업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한 결과, 가장 많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AI 기술 분야는 시각지능이 33%로 가장 높게 나왔다. 그 다음으로 지능형 에이전트(17.4%), 언어 지능(13.6%) 순이었다.
유지·관리는 필수…책임 소재 불분명 우려도
AI로 저비용으로 손쉽게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사용자가 늘어나는 만큼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필요하다. 이 매니저는 "마치 풀타임 창업자 겸 개발자처럼 '미러'에 매달렸다"며 "퇴근 후 아기를 재운 뒤부터 밤마다 프로그램이 수행한 작업, 발생한 오류, 사용자 행동이 기록된 로그를 분석하고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을 다듬었다"고 전했다.
유료 AI 모델을 사용하는 만큼 비용도 수반된다. 미러의 경우 사용자가 자신의 사진에 대해 AI 분석을 할 때마다 이 매니저가 오픈AI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토큰)이 늘어나면서 한 달에 40만원가량의 '요금 폭탄'을 맞았다. 그는 "하루 수천장의 사진이 업로드되고 5분마다 결제 알림이 울리면서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했다"며 "사용자 수가 더 늘어나면 앞으로 서비스에 광고를 붙일 수 있지만, 아직 수익을 내는 단계가 아니라 부담이 컸다"고 했다. 이 일을 계기로 이 매니저는 오픈AI보다 가성비 좋은 구글의 AI 모델인 '제미나이 1.5 플래시'로 교체했다고 전했다.
정교하고 복잡한 서비스를 구축하려면 여전히 전문 개발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고, 예기치 못한 오류나 결함에 대비하기 위한 대비도 해야 한다. 김덕중 숙명여대 겸임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AI 코딩을 도입했을 때 개발 역량이 약화되거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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