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승소 보장은 아냐"…집행도 문제
구글이 유럽연합(EU) 전역의 수십 개 가격 비교 웹사이트로부터 최소 120억유로(약 18조869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에 직면했다고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유럽 7개국에서 진행 중인 민사소송 12건을 파악한 결과 이 중 소송 규모가 공개된 9건을 합산하면 120억유로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의 트로바프레치가 29억7000만유로, 스웨덴의 프라이스러너가 21억유로, 영국의 켈쿠가 14억유로 규모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가격 비교 웹사이트는 구글이 자사 고객을 훔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17년 구글이 검색 시장 지배력을 불법적으로 이용해 자사 쇼핑 서비스가 우위를 점하게 한 혐의로 구글에 24억유로 벌금을 부과했다. 이후 일련의 소송이 이어졌으나 구글이 집행위의 결정에 항소하며 수년간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지난해 법원이 구글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집행위의 판단을 최종 확정했다. EU 내 원고들은 더는 법정에서 구글의 시장 지배력 남용 행위를 입증할 필요가 없어졌고, 많은 소송이 본격 진행되기 시작했다.
다음 달 말 런던 법원은 영국 웹사이트 켈쿠와 현재는 폐쇄된 파운뎀이 제기한 10억파운드 규모 소송을 심리할 예정이다. 9월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법원에서 컴페어 그룹이 제기한 소송에 대한 구두 변론이 진행된다. 이 외에도 다수 소송이 예정돼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새로운 소송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소송 전문 회사 릿핀에 따르면 지난달 폐업한 독일 웹사이트 프리스로보터와 포르투갈의 콴토쿠스타 등을 대신해 9억 유로 규모 소송이 제기됐다. 지난주 이탈리아 몰티플리 그룹은 자사의 가격 비교 웹사이트 트로바프레치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입은 손실에 대해 29억7000만유로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구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일부 원고들은 소송 규모를 확대하고 외부 소송 지원 업체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알브레히트 폰 손탁 이데알로 공동 창립자는 지난 월 5억 유로의 기존 배상금을 33억유로로 상향하며 "인터넷은 소비자, 공정한 경쟁, 유럽 경제에 해를 끼치는 독점 기업에 의해 지배될 수 없으며 지배돼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몇 년간 급증한 이러한 소송들은 유럽에서 벌어지는 구글의 법정 공방에 새로운 국면을 연다며, 이들이 승소할 경우 더 많은 기업이 구글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법무부가 구글의 광고와 검색 브라우저 사업을 분할하려는 상황에서 이러한 소송은 구글의 법적 부담을 더욱 가중한다.
구글은 유럽에서 제기된 일련의 민사 소송에 대해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구글 측은 자사 쇼핑 서비스와 경쟁사들의 서비스를 차별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 유럽 내에서 1550곳 이상의 가격 비교 웹사이트들이 2017년 도입한 가격 비교 사이트용 광고 디스플레이를 사용 중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소송은 자사 제품에 투자하기보다 금전적 보상을 노리는 기업들이 제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당국이 부과한 벌금이 최종 확정됐지만 민사 소송의 확실한 승소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원고들은 구글의 행위가 수익 감소의 원인임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안 커스팅 뒤셀도르프 대학교 법학 교수는 기업들이 시장 변동이나 부실한 사업 전략 등 다른 원인이 아님을 입증해야 한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상황이 매우 복잡해진다"고 밝혔다.
집행도 문제다. 만약 기업이 승소하더라도 구글이 거부하면 미국 법원이 개입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규제 당국이 미국 기술 기업을 부당하게 공격한다고 비판한 상황에서 이는 백악관의 분노를 촉발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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