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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며 서울을 생각하다]도쿄서 바라본 서울, 자연과 소통하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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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전통건축 살아있는 서울
평야 위 거대한 첨단도시 도쿄
닮은 듯 다른 한·일 수도

[걸으며 서울을 생각하다]도쿄서 바라본 서울, 자연과 소통하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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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말, 도쿄에 일주일 정도 머물렀다. 고등학생이던 1978년 여름, 도쿄 인근 가와사키에서 홈스테이하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고, 1995년부터 2008년까지 일본에 사는 동안 자주 다녀 꽤 친숙한 도시다. 어릴 때 시부야나 하라주쿠에서 놀던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도쿄에서도 일정이 꽤 많아 바빴지만, 시간을 내서 여러 곳을 걸었다. 자연스럽게 서울을 생각했다. 도쿄보다 훨씬 친숙해서 객관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재미 삼아 일부러 서울과 도쿄의 비슷한 점과 차이 등을 떠올려봤다.


두 도시의 비슷한 점이야 말할 것도 없이 한국과 일본 각국의 수도이면서 가장 큰 도시라는 것, 그래서 거의 모든 분야의 핵심이라는 점이다. 인구 비율로 들어가면 차이가 있다. 서울은 한국의 20%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도쿄 중에서 서울과 비슷한 면적이랄 수 있는 주요 23구의 인구 비율은 일본 인구의 8%, 도쿄도 전체를 놓고 봐도 11%에 그친다. 서울 경기 수도권은 최근 50%를 넘겼는데, 도쿄를 포함한 광역 수도권은 30%다. 두 도시에 한 나라의 거의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집중도를 놓고 보면 서울이 도쿄보다 패권이 훨씬 강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역사적인 측면에서도 조금 다르다. 역시 모든 것이 집중된 도시라는 말은 맞지만 서울은 1394년 조선 왕조 수도가 된 이래 지금까지 최고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무려 630년이 넘는 고도이다. 왕 중심 도시였다는 점을 놓고 보면 도쿄보다는 천황이 살던 교토와 비슷하다.


도쿄는 서울보다 한참 어리다. 1603년 일본을 통일시킨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도쿄에 성을 만들고 에도라는 도시를 세우면서 일본 권력의 중심이 되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권력 체제의 직접 통치를 받지 않은 지역도 있었고 천황은 교토에 남아 있어 권력은 일정하게 분산되어 있었다. 한쪽에서는 오사카가 상업 도시로 성장했고, 교토는 여전히 오래된 도시로서 권위를 지키고 있었다. 가나자와나 가고시마처럼 넓은 영토와 경제력을 지닌 여러 거점도 곳곳에서 생겼다. 실질적으로 도쿄에 모든 게 집중된 건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부터이니 패권의 역사도 서울보다 훨씬 짧다.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도심. 허영한 기자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도심. 허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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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차이는 도시 분위기에서도 드러난다. 서울 원도심에는 조선 시대 대표적 건축물인 광화문과 경복궁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한양도성의 대문인 숭례문과 흥인지문도 주요 도로에 자리를 잡고 있다. 창덕궁과 종묘는 역사적 가치가 높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받았다. 북촌 같은 지역에는 한국 전통 건축의 모티프를 살려 20세기 전반에 개발한 도시형 한옥이 많아 서울을 걸으면서 역사성을 느낄 수 있다.


도쿄는 반대로 오래된 것이 거의 없다. 1923년 간토 대지진과 제2차 세계대전으로 에도시대는 물론 역사성을 느낄 수 있는 풍경이 거의 없다. 우에노 근처 야나카 지역에 오래된 절들이 좀 있어서 역사적 풍경을 조금 느낄 수는 있지만 건물들은 거의 다 20세기 후반의 것들이다. 서울처럼 전면적인 재개발사업이 거의 없지만 소규모 개발사업은 꾸준히 이루어져 20세기 후반에 지은 건물조차 점점 사라지고 있다. 신주쿠역과 시부야역도 재개발 중이라 20세기의 풍경은 퇴색하고 있다. 도쿄는 150m 넘는 높이의 건물 수가 세계 9위, 서울은 21위다. 두 도시에 대해 많은 사람이 가진 상식과 반대다.

도쿄가 서울보다 훨씬 큰 느낌을 준다. 인구가 더 많아서라기보다 지형의 영향이 더 크다. 도쿄는 드넓은 간토평야에 세운 도시라 산이 멀리 있다. 서울처럼 산을 보고 위치를 가늠할 수 없다. 언덕은 여기저기 있지만, 썩 높지 않다. 따라서 도시가 계속 이어지는 느낌이다. 걷다 보면 건물이 계속 이어져 말 그대로 콘크리트 숲이다. 근린공원은 서울보다 많지만, 규모가 작아서 녹지가 많다는 느낌은 덜하다.


서울은 도시 한복판은 물론이고 주변에 산이 많다. 어디를 가나 녹지를 볼 수 있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콘크리트 숲 같은 느낌이 덜하다. 비교적 평지가 많은 강남은 도쿄와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서울 전체의 인상이라고 단정 짓기는 무리가 있다. 가파른 언덕에 사람들도 많이 살고 있어 주택가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도시 한가운데 흐르는 한강을 비롯해 천과 물길도 많은 서울에 비해 도쿄는 중심지에 큰 강이 흐르는 것 외에 천과 물길은 사뭇 적다. 서울의 근린공원은 도쿄보다 적지만 청계천 복원 이후 물길을 따라 걷는 선형 공원이 곳곳에 만들어졌다.

역사성과 지형을 총합해서 두 도시를 비교하면 서울은 자연과 소통하는 오래된 고도의 느낌이 강하고 도쿄는 대규모 첨단 도시 같은 느낌이다. 1990년대 말부터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더 디지털 혁명에 적극적으로 적응했다는 점, 일본이 아날로그 면모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는 인상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들어 서울과 도쿄는 외국인 거주자 수가 증가하고 있어 빠른 속도로 다문화 도시로 변하고 있다. 서울은 2024년 외국인 인구는 총인구의 4.7%, 도쿄 23구와 도쿄도는 각각 5%를 차지했다. 도쿄는 이미 OECD가 규정한 '다문화 사회'의 기준인 5%에 달했고 서울도 곧 그렇게 될 것이다. 서울에 사는 외국인의 약 25%는 한국계 중국인이다. 도쿄는 일본계 외국인들보다는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인 인구가 많다. 도쿄는 최근에 편의점이나 식당 같은 서비스 업종 종사자들 가운데 외국인이 부쩍 늘었고, 서울은 아직 적다. 외국인 비율은 비슷하지만 도쿄에서는 일상 속에서 외국인을 더 쉽게 만날 수 있어서 더 많다고 느껴진다.


두 도시 모두 외국인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나 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상업 지역이 형성되어 있다. 한국인과 일본인들이 이국적 음식과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자주 찾기도 한다. 한국과 일본은 오랫동안 외국인이 적었고 배타적인 인상도 강했다. 하지만 오늘날 두 나라의 수도를 보면 이미 그것은 옛날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다. 다문화 사회와 관련한 과제가 많지만, 서울과 도쿄는 나란히 그 전선에 서 있다. 서로를 바라보면서 머리를 맞대고 조언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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