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최근 지방선거에서 우익 정당에 패배
英정부, 2029년까지 이민자 10만명씩 줄여
스타머 총리 "국경에 대한 통제권 되찾는 것"
영국 노동당 정부가 오는 2029년까지 매년 이민자 10만명씩을 줄인다는 계획을 밝혔다. 반(反)이민 기치를 내건 영국개혁당이 위세를 넓혀가는 가운데 내놓은 조처다. 연합뉴스는 12일(현지시간) BBC 방송을 인용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돌봄 노동자 비자를 폐지하고 숙련 노동자 비자 요건을 상향 조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이민 제한 정책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정책은 종합적인 이민 제한 내용을 담았다. 우선 영주권이나 시민권 신청 자격이 주어지는 거주 기간이 현재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나며, 돌봄 부문 비자의 신규 발급이 중단된다. 숙련 노동자 비자 자격 요건이 석사 이상으로 강화되고, 숙련 노동자를 고용하는 기업이 납부해야 하는 수수료는 32% 인상된다. 현재는 채용 첫해 대기업의 수수료는 1000파운드(약 187만원)다. 또 영국 대학에서 유학한 국제 학생은 졸업 후 2년간 영국에서 일할 자격이 주어지는데, 이를 18개월로 줄이기로 했다. 아울러 대학의 유학생 등록금 수입에 대해 새로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주민의 영어 능력 요건도 강화하기로 했다.
스타머 총리는 "마침내 우리 국경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는 것"이라며 "취업·가족·유학을 포함한 이주 시스템의 모든 측면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통제력을 좀 더 가지려는 것"이라며 "법도 어느 때보다 엄격하게 집행해 이민자 수가 줄어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이민 감소 목표는 설정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BBC 등 현지 언론은 "내무부는 이번 정책으로 오는 2029년까지 연 10만명이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타머 총리가 언급한 '국경 통제권 회수'는 지난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당시 브렉시트 찬성파의 슬로건이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핵심 화두는 이민자 유입을 통제하자는 것이었다. 실제로 브렉시트 결정 후 1년간은 영국으로 들어온 순이민은 23만명으로 직전 1년(33만명)에 비해 3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브렉시트의 영향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이민 순유입은 2022년 7월∼2023년 6월 90만 6000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3년 7월∼2024년 6월에는 72만 8000명으로 감소했으나, 2010년대보다는 훨씬 많다.
이런 가운데 우익 성향의 영국개혁당은 지난 1일 지방선거에서 압승하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는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오늘 총리 발표는 지방선거에서 노동당 표에 개혁당이 미친 영향으로 패닉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엑스(X·구 트위터)에서 "스타머는 개방된 국경을 믿는 위선자"라며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고 맹비난했다.
이번 정책에 대해 노동당 내에서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북부 잉글랜드가 지역구인 한 노동당 하원의원은 로이터 통신에 "우리가 (합법) 이민에 강력히 대응하면서 (불법 이민) 소형보트 문제에는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정치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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