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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이 '슬럼화'되고 있다"…'빈집 텅텅' 뉴타운 열풍의 상흔[13만 빈집리포트]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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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393곳 정비구역 해제
빈집 226가구 양산돼
주거환경으로 슬럼화 막아도 역부족
지자체 철거로 확산부터 막아야

편집자주'1만7603가구'. 서울과 경기·인천에서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의 수다. 전국 단위로 확대하면 그 수는 13만4009가구로 늘어난다.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고 알려진 도심지역에서 빈집의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도심 빈집은 곧 폐가로 변한다. 집의 형체는 남았으나 사람이 살 수 없는 좀비 주택이 된다. 특히 이런 빈집은 한 번 생기면 전염병처럼 퍼진다. 빈집의 확산은 우범지역을 형성하고, 유령 마을로 전락할 계기를 마련한다. 아시아경제는 도시 곳곳에 퍼져있는 빈집 문제를 조명하고 예방과 관리 방안까지 5회에 걸쳐 제시하고자 한다.
서울 종로구 충신1구역에 위치한 낡은 2층 주택 사이로 고층 빌딩이 보인다. 이지은 기자

서울 종로구 충신1구역에 위치한 낡은 2층 주택 사이로 고층 빌딩이 보인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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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빈집 확산은 무분별한 정비구역 지정과 해제에서 비롯된다. 고령화와 인구감소 등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생겨나는 농촌의 '사회적 빈집'과는 다른 현상이다. 정비사업의 지연이나 해제로 인해 사람이 빠져나가면서 생긴 빈집들이다. 사업이 멈추면서 원주민과 이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게 되고 새로운 정비사업도 추진하기 어려워진다. 깨진 유리창에 금이 계속 생기듯, 빈집이 번져나가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강화해 빈집을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대책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서울 한복판이 '슬럼화'되고 있다"…'빈집 텅텅' 뉴타운 열풍의 상흔[13만 빈집리포트]② 원본보기 아이콘
뉴타운 열풍의 상흔…정비구역 해제 후 빈집 속출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뉴타운을 무분별하게 지정하고 해제하는 과정에서 마을에 중병이 들었다"며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마을의 집들은 사람이 떠나고 관리가 중단되면서 빠르게 노후화한다"고 22일 지적했다.

"서울 한복판이 '슬럼화'되고 있다"…'빈집 텅텅' 뉴타운 열풍의 상흔[13만 빈집리포트]② 원본보기 아이콘

서울시는 2012년부터 '뉴타운·재개발 사업 출구전략'을 통해 당시 서울 내 정비구역 683곳 중 393곳을 해제했다. 주민 결정에 따라 해제된 일반 해제지역이 279곳, 시가 직권 해제한 곳이 114곳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당시 무리하게 추진한 뉴타운 사업이 주민 간 갈등을 야기하고 투기 광풍을 낳자 내린 판단이었다. 2012년 당시 서울에 지정됐던 뉴타운·정비사업 대상지는 총 1300곳으로, 이 중 305곳(35개 지구)이 이 시장 재임 중 지정됐다.

뉴타운 출구전략에 따른 대가는 혹독했다.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서울 내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사업지 중 103곳을 현장 조사한 결과 226가구의 빈집이 생겨난 것으로 나타났다. 1가구 이상 빈집이 생겨난 구역은 38곳에 달했다. 전체 빈집의 55.3%(125가구)의 경우 4개의 구역(종로구 옥인1구역·충신1구역·사직2구역·성북구 성북4구역)에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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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환경 개선 vs 재개발 다시 추진…주민 갈등에 빈집 해결 요원

빈집이 퍼지면서 마을이 슬럼화하자 시는 다시 해당 지역을 '주거정비촉진지구'로 지정했다. 공공이 직접 인프라를 정비해 노후 주거지의 기반시설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총 60개소가 주거환경개선사업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서울 종로구 충신1구역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늘어선 주택. 충신1구역 내 빈집 대다수는 2m 미만 골목길을 연접하고 있는 접도불량 필지에 위치해있다. 이지은 기자

서울 종로구 충신1구역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늘어선 주택. 충신1구역 내 빈집 대다수는 2m 미만 골목길을 연접하고 있는 접도불량 필지에 위치해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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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반시설이라도 개선하려는 노력이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좁은 골목길에 인접한 주택이나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집들이 많아 기반시설을 개선한 것인지 모르는 집이 태반이다. 충신1구역의 경우 윗마을과 아랫마을이 각각 2019년과 2016년 환경개선지구로 지정돼 계단 정비가 이뤄졌다. 그러나 주민들은 여전히 빈집 방치와 소방차 진입 불가 같은 문제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한복판이 '슬럼화'되고 있다"…'빈집 텅텅' 뉴타운 열풍의 상흔[13만 빈집리포트]② 원본보기 아이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정비사업을 추진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보다 사업 속도를 내기는 더욱 힘들다. 장기간 사업이 미뤄지면서 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충신1구역의 경우 2021년 재개발추진위원회가 설립됐으나 이후 추진위가 2곳으로 양분되면서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종로구청에서는 추진위를 하나로 통일해 주민 동의서를 모으면 전향적으로 (정비사업을) 검토하겠다고 하나 주민들 간 의견 충돌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정비사업이 좌초되는 가장 큰 원인은 주민 간 합의 부재"라며 "사업성이 낮고 갈등이 많은 구역에 대해 공공이 지원할 수 있는 자원과 인력은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생겨난 빈집…지자체 철거로 응급조치 나서야

전문가들은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이해당사자 간 갈등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기에 슬럼화를 막기 위한 선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깨진 유리창 이론에 따르면, 빈집 한 채를 방치하면 그 주변으로 폐가가 확산한다"며 "지자체가 빈집 철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빈집이 밀집된 지역을 우선정비구역으로 지정해 지자체가 집중적으로 철거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각 지자체는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소유자에게 철거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추고 있다. 명령 불이행 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거나 직권 철거도 가능하다.


"서울 한복판이 '슬럼화'되고 있다"…'빈집 텅텅' 뉴타운 열풍의 상흔[13만 빈집리포트]② 원본보기 아이콘

그러나 시에서 직권 철거한 사례는 없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용산구 내 3개 구역을 빈집밀집구역으로 지정했지만 별도의 관리 조치는 하지 못했다. 아시아경제 취재 결과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2018년 이후로 7년간 빈집을 직권 철거한 자치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이행강제금의 경우 성동구가 지난해 부과한 2건(총액 89만원)이 전부였다.


각 지자체에서는 모호한 법령과 소유주와의 법적 분쟁을 우려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법에는 안전 우려가 있는 빈집에 한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게 돼 있지만, 기준이 모호해 자치구별 판단이 다를 수 있다"며 "또 소유주 동의가 없다면 철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철거에 나서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유주와 법적 분쟁을 꼽을 수 있다"며 "지자체의 철거 판단에 강제성을 부여하되 공무원이 소송에 휘말릴 시에는 국가가 보호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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