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로 교묘히…李·金 비방 콘텐츠
李 욕설파일 악의적 편집 밈형식 유포
金 조롱·비방, 특정인 관계 의도적 편집
후보뿐 아니라 가족·측근까지 공격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본격화하면서 SNS에서 여론전이 격화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둘러싼 비방 콘텐츠와 가짜뉴스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등에서 급속히 퍼지며 정치 피로감을 높이고 있다. 단순한 논쟁 수준을 넘어 조작을 담은 명예훼손성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비방 및 가짜뉴스 콘텐츠는 과거와 현재의 사례를 넘나들며 새롭게 재구성되고 양산된다. 최근 이 후보의 형수 욕설 파일을 편집한 영상이 틱톡을 통해 10초짜리 '밈 콘텐츠'로 확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영상은 "국민이 뽑을 대통령의 품격"이라는 문구와 함께 악의적으로 무한 반복되며 수백만 회 조회됐다. 댓글에는 "막말의 제왕" "이런 사람에게 나라 맡기나" 같은 비난이 이어졌다. 해당 영상은 사실관계 설명이나 맥락이 삭제된 채 퍼졌으며,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릴스 콘텐츠 등으로도 전파됐다.
과거 사건을 활용해 유통된 대표적인 가짜뉴스 중 하나는 '계양을 위장전입' 논란이다. 이 후보가 2022년 6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계양에 출마하며 고급 오피스텔에 위장 전입했다는 게 내용이다. 하지만 실제 이 사건은 당시 이 대표의 측근인 김남준 전 당대표실 정무부실장과 당시 국민의힘 후보인 윤형선 전 계양을 당협위원장과의 설전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 후보와는 전혀 연관이 없다.
김 전 정무부실장이 논평에서 윤 후보를 겨냥해 '가짜 계양사람'이라고 지적하자 윤 후보는 실제 1999년 6월부터 5년 이상 계양구에 거주한 것을 주장하며 결국 대법원까지 간 사건이다. 이를 교묘히 조작, 재구성해 마치 이 후보가 위장전입한 것으로 위조한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21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빛의 혁명' 광화문 유세에서 손을 들어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5.12 김현민 기자
김문수 후보를 조롱·비방하는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김 후보가 2020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구속에 석방을 요구하며 눈물 흘린 영상이 이달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공개됐다. 1분20초 분량의 영상에는 사랑제일교회 현장 예배에 참석해 "전광훈 목사가 계셨더라면 우리는 아프지 않았을 것"이라며 울먹이는 장면이 있다. 김문수 대선후보 측은 이를 가짜뉴스로 규정짓고, 관련성에 선을 그었다.
양측을 향한 온라인 공격은 후보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측근까지 겨냥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와 관련한 딥페이크(음성·이미지 합성 기술) 영상물 유포 시도가 있었다는 신고를 민주당 측이 공개하며 엄정 대응을 시사했다. 김 후보의 과거 건강 문제를 빌미로 "대통령 되면 1년도 못 간다"는 식의 비방도 다수 등장한 바 있다.
이러한 SNS 콘텐츠의 대부분은 '밈' 형식으로 제작돼 짧고 자극적인 게 특징이다. 허위 정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게 하고, 순식간에 대중의 감정에 불을 지핀다. 특히 틱톡의 경우 15~60초의 짧은 영상으로 '밈 정치'가 자리 잡으며 정치 담론이 희화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용태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임명장 수여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2025.05.12 강진형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정치적 팬덤의 조직적인 행동 역시 문제로 거론된다. 특정 지지자들은 '댓글부대'를 자처하며 반대 후보 콘텐츠에 비방 댓글을 무더기로 달거나, 해시태그를 조작해 노출을 의도적으로 유도한다.
전문가들은 SNS가 정치 담론의 장을 넘어 '정치 선동의 무기'로 변질하고 있다면서도, 관리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역으로 과도한 규제는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정보를 통제하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언론의 사실 보도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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