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줄었던 벤처투자 예산 다시 증가세 반전
예산 2배됐던 2021년 VC株 역대 최고가 기록
벤처 육성 정책, 금리 인하 추이 '호재'될 듯
AI 등 ‘빅테크’ 투자 벤처캐피털 투자해볼만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주식 시장에서는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선후보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다면 상한가를 기록하는 이상한 현상도 자주 보인다.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오르는 정치 테마주와는 달리, 향후 정책적인 변화에 따른 수혜주를 골라내는 지혜도 필요한 시점이다. 신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주식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벤처캐피털 주식에 대해 알아보자.
정책ㆍ금리 '우호적'…다시 활성화될 벤처 투자 시장
벤처캐피털은 주로 비상장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주식을 사서 다른 벤처캐피털에 주식을 팔거나 주식 시장 상장(IPO)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해 돈을 번다. 대부분 한국벤처투자나 한국성장금융 같은 '모태펀드'를 운영하는 국책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받은 후 은행, 보험, 기업 등에서 추가로 돈을 끌어 모아서 펀드를 결성한 후 투자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모태펀드 규모가 커지면 벤처캐피털 투자도 활성화되고, 반대로 모태펀드가 줄면 벤처 투자 자금도 줄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 시절,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면서 연구개발(R&D) 예산과 함께 스타트업 및 벤처 관련 예산도 대폭 줄었다. 2021년 4조원에 육박했던 모태펀드 투자금액이 3년 만에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자연스레 벤처 펀드 결성 규모도 2021년 17조8000억원에서 2024년 10조5000억원으로 확 줄었다.
국가 경제 전체적으로 봤을 때,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은 크게 두 가지 기능을 한다. 첫째, 인공지능(AI),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바이오 같은 혁신산업 육성의 씨앗이 된다. 둘째,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혁신산업 성장이 더디고, 청년 일자리 상황이 계속 악화된 이유 가운데 하나로 모태펀드 축소를 꼽는 이유다.
따라서 혁신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신정부는 모태펀드를 늘리고, 자연스레 벤처캐피털의 역할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공식 대선 활동을 시작하며 10대 공약에 벤처·스타트업 육성 연관 정책을 포함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캠프에서는 직접적으로 '벤처투자시장 육성으로 글로벌 4대 벤처강국 실현'을 내세우며, 구체적으로 모태펀드 예산 및 벤처·스타트업 R&D 예산 대폭 확대, 인수합병(M&A) 촉진 등을 통한 벤처투자의 회수시장 활성화 등을 공약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캠프에서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며, 창업 지원과 함께 AI 청년 스타트업 빌리지 조성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신정부가 출범하면 정책이 보다 정교화될 전망이다. 김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 절반 이상이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이라고 강조하며 모태펀드 신규 출자 예산 확대, 퇴직연금 벤처펀드 출자 허용,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 벤처투자 관련 세제지원 확대 등을 제안했다
한편 금리 추이도 벤처캐피털 활성화에 점점 유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낮으면 주식이 좋고, 채권이 나쁘다' 이런 격언이 있듯, 기본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투자 자산일수록 금리가 낮아야 투자가 늘어난다. 실제 코로나19 영향으로 전 세계 주요국이 사실상 '제로금리' 상태였던 2020년에서 2021년 사이 글로벌 벤처투자 금액은 3980억달러에서 7920억달러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그러나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얘기가 나오면서 금리 인상이 시작된 2022년부터 벤처투자 금액이 확 줄었다. 하지만 최근 금리 추이가 바뀌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9월 4년 반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한국도 지난해 10월 3년 2개월 만에 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새 정부의 정책적인 의지에 더해 금리 인하 영향까지 겹치면서 비상장 스타트업과 벤처 투자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예산 집행에 걸리는 시간 때문에 정책 자금이 풀리는 시차가 있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 영향으로 금리 인하 추이가 더뎌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과 벤처 투자 활성화란 '대세'는 올 수밖에 없는 미래로 보인다.
코스닥 상장 벤처캐피털, 투자 기업 따라 성과 달라
상장한 지 5년이 넘은 에이티넘인베스트 , 아주IB투자 같은 벤처캐피털의 주가 추이를 보면 공통점이 발견된다. 바로 2021년 4월 최고점을 찍었다는 것.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정책적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 등을 노리고 스타트업과 벤처 투자를 늘린 데다(정책 효과), 팬데믹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제로금리였던 시절(금리 효과)이었다. 같은 상황이 신정부 들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벤처캐피털은 모두 19개로 모두 코스닥 시장에 등록돼 있다. DSC인베스트먼트 , HB인베스트먼트 , LB인베스트먼트 , SBI인베스트먼트 , SV인베스트먼트 , TS인베스트먼트 , 나우IB , 대성창투 , 린드먼아시아 , 미래에셋벤처투자 , 스톤브릿지벤처스 ,아주IB투자, 에이티넘인베스트, 우리기술투자 , 캡스톤파트너스 , 컴퍼니케이 , 큐캐피탈 , 플루토스 , 에스유엔피(현재 거래정지 중) 등이다.
벤처캐피털 주식에 투자하는 방식은 일반적인 주식 투자와 같다. 먼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서 사업보고서 등을 찾아 매출과 순이익 추이 등 재무 실적과 회사 전반의 상황 등을 살펴본다. 다음으로 어떤 기업에 투자했는지 등을 검색해 투자 상황을 전반적으로 체크해보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지난 3~4월 다른 벤처캐피털에 비해 DSC인베스트먼트 주가 흐름이 유독 좋았다. 오랜 기간 투자했던 국내 AI 반도체 회사 퓨리오사AI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미국 메타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이 보도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퓨리오사AI가 메타의 인수를 거절했다고 밝히면서 이후 주가가 하락했다.
6월에 들어설 새 정부는 AI와 같은 '딥테크' 분야를 육성하는 구체적인 정책을 잇달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AI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육성과 관련한 공약들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AI 예산 비중 선진국 수준 이상 증액과 민간 투자 100조원 시대 개막,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통한 'AI고속도로' 구축 및 국가 혁신거점 육성 등을 공약했다. 국민의힘은 AI 유니콘 기업 지원을 위해 글로벌 기업 참여 민관합동펀드 100조원 조성, AI 핵심 기술 인프라 확보 지원, 글로벌 최첨단 AI 융합센터 구축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국내외 기업 주도 'AI 스타트업·벤처 성장 펀드' 조성과 AI 유망 중소·벤처기업 등을 발굴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향후 재생에너지, 바이오, 첨단 농업 분야 등 다양한 딥테크 정책들이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벤처캐피털 가운데 딥테크 기업에 투자한 곳들을 걸러내 투자하는 정성이 필요해 보인다.
조시영 기자 ibp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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