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국 109개 갤러리 참가
전년보다 규모 줄었지만 퀄리티 높여
국내외 주요 갤러리 참가
작지만 알찼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올해 아트부산을 마주한 소감이다. 올해 아트부산은 17개국 109개 갤러리가 참가해, 지난해 20개국 127개 갤러리보다 다소 규모가 줄었지만, 내용은 더 알찼다. 참여 갤러리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콘텐츠의 다양성과 국제성을 다양화한 만큼 세계각지의 다채로운 작품이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아라리오, 조현화랑, 가나아트 등 한국을 대표하는 갤러리는 물론, 이탈리아의 마시모데카를로, 일본의 코타로 누카가, 싱가포르의 탕 컨템포러리 아트 등 해외 주요 갤러리가 부스를 마련했다.
VIP 데이인 9일,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눈이 간 곳은 메인 입구 쪽에 마련된 '탕 컨템포러리 아트(Tang Contemporary Art)'의 부스다.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아시아와 글로벌 작가들의 교류를 촉진하는 탕 컨템포러리 아트는 진보적 색채의 갤러리로 평가받는다. 올해도 웨민준, 자오자오 등 중국 내에서 반체제적 인사로 분류돼 활동이 제한되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한편,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실험적 작품도 내놓았다. 본 울페(Von Wolfe)의 작품 'Ears to the Wild'(2025)는 AI와 작가의 공동작품이다. 작가의 상세한 설명대로 AI가 초안을 그리면 이를 바탕으로 인간 작가가 완성도를 높여 작품을 마무리했다. AI에게 작품성에서 뒤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갤러리 관계자는 설명했다.
올해 가장 큰 규모로 부스를 마련한 국제갤러리에서는 정연두 작가의 '낮잠'(2004) 작품이 이목을 끈다. 어린이의 꿈이 담긴 드로잉을 현실로 옮겨 사진으로 실현시킨 '원더랜드' 시리즈(2004)의 일환으로, 피사체가 되는 인물의 시각에 공감하고 눈높이를 맞추는 작가의 작업 태도가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정연두 작가는 작업을 위해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그린 1200여점의 그림을 수집했다고 한다.
안혜령 대표가 이끄는 리안갤러리는 젊은 작가 안나 박의 작품을 국내 처음으로 선보였다. 올해 28살인 안나 박은 최근 리만 머핀(Lehmann Maupin) 갤러리와 전속 계약을 맺고 올해 아트 바젤 홍콩과 런던에서 작품을 선보인 바 있는데, 이는 리만 머핀 역사상 최연소 기록이다.
주로 현대 미국 사회의 역동적인 모습을 대형 목탄 드로잉으로 표현해 주목받고 있다.
안나 박은 대구 출신으로, 안혜령 대표와 우연한 기회로 연을 맺었다. 본래 편지를 보내 러브콜을 했으나 소극적인 태도를 내비쳤던 안나 박은 방한 중 안과를 찾았다가 우연히 안 대표와 마주하게 되면서 관계가 발전돼 이번 전시에 이르게 됐다. 사실 두 사람의 만남은 안나 박의 예술성을 높이 평가한 지인들이 일부로 두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은 것인데, 안나 박은 "젊은 나이에 갑자기 주목받는 것을 두려워" 했으나 결국 안 대표의 설득에 마음 문을 열었다. 이번 전시에는 14점이 출품돼 첫날 13점이 판매됐다.
상반기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부산아트는 11일까지 관람객을 맞는다.
한편, 인근 부산현대미술관에서는 배리어 프리 전시인 '열 개의 눈'이 열리고 있다. 열 개의 눈이란 제목은 손가락 열 개를 두 눈에 비유한 것으로 신체감각이 고정되지 않고 나이, 상황,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내외 장애/비장애 예술가 20명의 작품 70여점을 전시했다. 김덕희는 온도에 따라 녹고 굳는 파라핀의 성질을 이용해 분열의 이면에 잠재된 회복 가능성을 모색하고, 오랜 시간 '본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해 온 엄정순은 눈동자와 망원경을 결합해 시각에 내포된 양가적 감정을 드러낸다. 전시는 9월7일까지.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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