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ed, 트럼프 압박에도 금리 3연속 동결
파월, 관세 불확실성에 "지켜보자"
선제적 인하 일축…스태그플레이션 경고
미·중, 10일 스위스서 첫 공식 무역 협상
AI 칩 수출규제 완화 보도에 투심 살아나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7일(현지시간) 일제히 상승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을 경고하며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투자심리가 위축됐지만,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규제 폐지 소식이 전해지면서 막판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84.97포인트(0.7%) 뛴 4만1113.97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24.37포인트(0.43%) 오른 5631.28,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8.5포인트(0.27%) 상승한 1만7738.16에 거래를 마쳤다.
Fed는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연방기금금리를 연 4.25~4.5%로 동결했다. 지난해 9월 금리 인하에 착수해 5.25~5.5%였던 금리를 총 1%포인트 낮춘 뒤, 올해 1월과 3월에 이은 3회 연속 동결 조치다. 이날 FOMC의 주요 키워드는 '불확실성'이었다. Fed는 정책결정문에서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며 "위원회는 (물가 안정, 완전 고용) 이중 책무의 양쪽 위험에 모두 주의를 기울이고 있고 실업률 상승과 인플레이션 위험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관세 정책으로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둔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도 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관세의 범위와 규모를 고려할 때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상승 위험이 확실히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내 직감상 향후 경제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졌다.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이번 FOMC 결정을 놓고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동결'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JP모건 에셋 매니지먼트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이번 결정은 "다소 매파적"이라며 "Fed의 발표는 행정부에 대한 일종의 경고 신호로, 행간엔 '당신의 정책이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FOMC 성명서는 솔직히 말해 우리의 이중 책무 달성에 모두 위험이 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확신할 수 없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뱅크레이트의 그레그 맥브라이드 수석 금융 애널리스트는 "Fed는 금리를 조정해야 할 경제 지표가 나올 때까지는 현 상태 유지에 만족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이미 높고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Fed가 금리 인하를 재개하려면 고용 시장에 상당힌 침체 징후가 나타나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중 관세 협상과 AI 반도체 수출 규제 완화 소식은 투심에 긍정적이었다. 전날 미·중 양국은 오는 10일 스위스에서 양국이 첫 공식 무역 협상에 나선다고 확인했다. 미국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중국에서는 허리펑 경제 담당 부총리 등이 참석한다. 이번 만남은 미국이 대(對)중국 관세를 145%, 중국이 보복 조치로 대미 관세를 125%로 올린 뒤 이뤄지는 양국 간 첫 고위급 회동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에게 첫 미·중 무역 협상 시작 전 대중 관세를 인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앞서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도입한 AI 반도체 수출 규제를 폐지할 것이란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도 장 막판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종목별로는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수출 규제 완화 소식에 3.1% 상승했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 증가와 예상을 넘어선 실적 발표 후 10.76% 뛰었다. 차량공유업체 우버는 시장 전망치를 하회한 실적을 내놓은 뒤 2.54% 내렸다.
미 국채 금리는 장기물 중심으로 하락세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5bp(1bp=0.01%포인트) 내린 4.26%를 기록 중이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일 수준인 3.78%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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