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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우석 출국 정보 팝니다"…연수익 최대 '1억' 팬심 잡은 홈마[K스타 출국 전쟁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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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심도 돈도 잡은 홈마는 누구인가
연 8000억 규모 '비공식 굿즈 시장'
개인정보 사생활 침해…탈세 우려

편집자주K컬처는 이제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스타의 출국은 더 이상 개인 일정이 아닌 대중과의 '공적 만남'이자 문화 콘텐츠의 일부가 됐다. 하지만 공항에서 벌어지는 무질서한 환송 풍경은 산업의 밝은 면에 가려진 어두운 그림자다. 본 기획은 '문화의 확장과 공공 안전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팬덤 문화의 자율성과 대중의 이동권, 공항의 운영 효율성과 같은 복합적인 요소 속에서, 정책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으며 또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가. 실제 현장의 사례와 관련 기관의 대응, 국내외 정책 비교 등을 통해 K컬처 시대에 걸맞은 공항 안전 관리의 방향성과 팬 문화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모색해보고자 한다.
챗GPT로 생성한 가상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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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우석 항공편 정보 팝니다." "제로베이스원 출국 고화질 사진 모음 있어요."


아이돌 팬들이 자주 찾는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게시글이다. 링크를 따라 들어간 오픈채팅방에서는 항공편명, 출국 시간, 게이트 번호 등의 정보가 1000원에 실시간으로 거래되고 있었다. 판매자는 "확실한 정보"라며 연예기획사조차 공개하지 않은 스케줄을 내부자를 통해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일정이 민감할수록 가격은 더 높았다.

이처럼 항공편 정보 거래는 K팝 팬덤 내에서 공공연한 비밀처럼 여겨진다. SNS에서 '#정보판매'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수십 건의 출입국 일정 판매 글이 쏟아진다. 그 중심엔 스타의 동선을 따라다니며 촬영하는 팬사이트 운영자, 일명 '홈마'(홈페이지 마스터)가 있다.


'홈'은 아이돌 팬이 운영하는 비공식 사진 사이트이고, '홈마'는 이를 운영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들은 DSLR 카메라를 들고 공항이나 공연장에 나타나 아이돌을 고화질로 촬영해 팬사이트나 SNS에 게시한다. 공식 일정은 물론 비공식 일정에서 포착한 사진까지 포함돼 있어 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유명 홈마의 SNS 팔로워는 수만 명에 달하며, 때로는 공식 콘텐츠보다 더 뛰어난 퀄리티로 평가받는다.


홈마 문화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일부는 이들을 '사설 파파라치'로 비유하며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지만, 팬덤 내에서는 사진작가, 편집자, 웹마스터, 판매자, 투자자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다층적 문화 생산자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이 상업화되면서 제기되는 법적·윤리적 문제는 사회적 과제로 남아 있다. 서울대 신문은 "홈마가 2차 창작물을 통해 수익을 얻는 과정에서 법의 사각지대를 교묘히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항공 정보 유출…팬덤 암거래의 민낯

불법 정보 거래는 항공사 내부 시스템까지 침투했다. 2023년 홍콩 소재 외항사의 직원 A씨는 글로벌 항공사 예약망에 아이돌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입력해 방탄소년단(BTS) 등 유명 연예인의 탑승 정보를 1000건 넘게 유출했다. 이 정보는 건당 1000원에서 2만원 사이에 거래됐고, A씨는 1000만 원이 넘는 수익을 챙겼다. 그는 "처음엔 지인의 부탁으로 시작했지만, 이후엔 돈을 받고 팔았다"고 진술했다. 팬덤 기반의 정보 암거래가 얼마나 조직화됐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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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팬들은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공항에 몰려들거나, 같은 항공편을 예약해 스타와 가까운 좌석을 확보하려 한다. 지난해 배우 변우석의 공항 혼잡 역시 사전 유출된 일정으로 인해 팬들이 대거 몰린 것이 원인 중 하나였다. 그 결과, 공항 게이트 주변이 마비되고 과잉 대응 논란까지 불거졌다. 겉보기엔 사소한 정보 유출이지만, 실제로는 공항의 질서와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가수 김재중은 한 방송에서 "팬들이 나를 보기 위해 비즈니스석을 구매한다"며 "연예인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창가 자리를 선호하지만, 어느 날은 팬들이 창가에 앉고 나는 가운데에 앉게 됐다"고 일화를 전했다.


그룹 위너의 송민호는 자작곡 '암'을 통해 다음과 같은 가사로 피로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비행기 옆자리, 앉는 걔는 팬 아님. 항공사에 돈 주고 정보를 산다더라지. 출국장엔 200mm 대포 전쟁이 나지. 프라이버시, 공황장애 물물교환을 하지."


최근에는 항공권을 구매한 뒤 면세구역에서 촬영만 하고 환불하는 방식도 늘고 있다. 환불 처리에 시간이 걸리다 보니, 비행기 지연으로 일반 승객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많지만 실질적인 제재는 미비하다.


손승현 법무법인 세담 변호사는 "공항 검색대를 지난 구역은 항공보안법상 보안구역에 해당해 무단 침입 시 처벌 대상이 된다"며 "다만 항공권을 정식 구매한 팬의 출입은 위법으로 보기 어려워 촬영이나 접근이 반복될 경우 스토킹 범죄로 간주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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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억원 규모,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굿즈 시장'

홈마들은 자신이 촬영한 사진을 유료로 배포하거나, 포토북, 달력, 휴대폰 케이스, 슬리퍼 등 다양한 굿즈로 제작해 판매한다. 아이돌별로 전문 굿즈 홈마도 존재한다. 김수안 씨(26)는 "예전엔 공식 굿즈만 있었는데, 요즘은 홈마 굿즈가 더 예쁘고 희소성도 있어서 찾게 된다"고 말했다.


국내 K팝 팬덤 경제는 연간 8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중 비공식 굿즈 시장은 약 8000억원에 달한다. 일부 유명 홈마는 연수익이 1억원을 넘기도 하며, 자가 제작을 내세워 사업자 등록 없이 세금 신고도 하지 않고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세무 전문가들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판매 행위는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대상이며, 일정 규모 이상이면 사업자 등록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이들 굿즈는 초상권, 저작권, 퍼블리시티권 등 복잡한 법적 쟁점을 안고 있다. 연예인의 동의 없이 촬영한 이미지를 상품화하거나 판매할 경우 초상권 침해로 민사 소송 대상이 될 수 있으며, 피규어나 이미지 굿즈처럼 상업성이 큰 경우 퍼블리시티권 침해로도 볼 수 있다. 퍼블리시티권은 국내법에 명시된 조항은 없지만 일부 판례에서 그 권리를 인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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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인가, 상인인가…경계 흐려진 홈마의 세계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일부 팬들은 연예인의 사생활을 보호하자는 자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결국 팬덤 내부의 성찰과 책임감 있는 소비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팬덤 문화를 'K콘텐츠의 동력'으로 평가하며 자율 규제를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홈마들의 불법 촬영, 개인정보 유출, 세금 미신고 등은 이미 팬심의 범위를 넘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들은 전담 조직을 꾸려 스토킹처벌법과 초상권 침해를 근거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홈마들은 계정을 자주 바꾸며 텔레그램,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을 옮겨 다닌다"며 "해외 IP로 로그인하거나 익명 오픈채팅방을 활용해 콘텐츠를 유통한다. 계정이 신고되면 바로 삭제하고 새 계정을 만들어 활동을 이어간다"고 토로했다. 이어 "해외에도 유사한 사례는 있지만, 우리처럼 공항까지 팬이 몰리는 경우는 드물다"며 "팬덤 관리, 개인정보 보호, 불법 콘텐츠 유통 차단을 위한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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