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최초 사례…여수에 622억 추가 배정
보조금·경영안정자금 등 지원에 업계 '숨통'
가동 축소에 인력 감축까지…업황 악화일로
정부가 전남 여수시를 석유화학(석화) 업종 최초로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하면서 향후 전면적인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석화 업계에 정부가 직접 개입해 투자와 체질 개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7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일부터 2027년 4월30일까지 2년간 여수를 지원 대상으로 지정해 산업 전환을 유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여수시는 이번 지정으로 지방교부세 622억원을 추가 배정받는다. 기업당 최대 10억원의 긴급경영안정 자금, 설비비 24%와 입지비 50%를 지원하는 지방투자 촉진 보조금 등 실질적 재정 지원도 함께 이뤄진다. 산업부는 나아가 2026년 이후 연구개발(R&D), 경영 컨설팅, 고용 안정 등을 포함한 중장기 대응 전략을 예산에 반영할 계획이다.
여수국가산단은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 석유화학 단지다. LG화학, 롯데케미칼, 여천NCC, 한화솔루션 등 국내 주요 석화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고정비 부담이 큰 범용 제품 위주 산업 구조 탓에 그간 적시에 구조조정을 하지 못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나프타 분해시설(NCC) 평균 가동률은 73%로, 2018년(89%) 대비 16%포인트 하락했다. 최근 롯데케미칼은 울산공장에서 명예퇴직을 추진하며 인력 재편에 나섰고, 주요 기업들이 투자를 보류하거나 생산량을 줄이는 정도로 대응 중이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 구조 전환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산업부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글로벌 컨설팅사 BCG 경쟁력 강화 보고서 등을 토대로 중장기 구조재편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시점은 다음 달 3일 대통령 선거 이후로 점쳐진다.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여수시을)은 "석유화학 산업 위기로 지역 경제와 고용이 직접 타격을 받고 있다"며 "정부가 범용 제품 중심 사업에 대한 구조 전환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2018년 이후 구조적 위기를 맞은 자동차·조선 산업 중심 도시를 잇달아 산업위기지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한국GM 철수로 고용 충격을 겪은 전북 군산시에는 전기차 중심 클러스터를 조성됐고, 한때 수주 절벽에 빠졌던 경남 거제·통영 등은 친환경 조선소로 전환을 시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석화 업계는 단순한 사이클 하락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불황이 장기화할 요소가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정부 조치로 석화 전반에 대한 체질 개선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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