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 거주 40대 여성 쿠팡 이용내역 분석
인공지능(AI) 기반 상품 추천…재구매 공략
15년간 쌓은 데이터, 세밀한 추천 가능
앱 체류시간 확대…시장 장악력 더욱 확대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워킹맘 '쇼핑의 여왕(닉네임·44)'은 자칭 쿠팡 중독자다. 신선식품 등 먹거리를 제외한 대부분을 쿠팡에서 구입한다. 최근에는 쿠팡의 배달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음식도 주문해 먹고있다. 주말에는 쿠팡의 동영상스트리밍(OTT) 플랫폼 쿠팡플레이를 통해 드라마 시리즈와 영화도 본다.
9일 아시아경제가 최근 한달간 쇼핑의 여왕이 사용한 쿠팡 3대(쿠팡·쿠팡이츠·쿠팡플레이) 앱 이용내역을 분석한 결과, 쿠팡을 통한 쇼핑건수는 39건에 달했다. 결제금액은 66만1758원이었다. 4월15일부터 19일까지 매일 상품을 주문했고, 이후에도 하루 걸러 쇼핑에 나섰다.
구매 내역 분석…숨겨진 소비 패턴의 발견
구매 상품은 고탄력 팬티스타킹부터 휴대전화 악세서리, 아동용 운동화까지 다양했다. 가장 저렴한 상품은 5월14일 주문한 파우더 팩트 퍼프(4750원)이었고, 가장 비싼 제품은 유기농 착즙 제주 당근쥬스(4만3200원)였다. 나머지는 대부분이 1만원~2만원대였다. 고가의 브랜드보다 '가성비(가격대비성능)'를 선호하는 구매자의 소비 성향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쿠팡 역시 이같은 구매 이력을 토대로 소비 성향을 반영한 AI 알고리즘을 통해 상품을 추천한다. 이는 추가 구매로도 이어졌다. 쇼핑의 여왕은 5월1일 골프장에서 처음 사용한 '대나무골프티'가 마음에 들어 즉시 쿠팡앱을 열고 검색한 뒤 주문했는데, 같은날 오후 팝업 광고 형태로 뜬 2만원대의 보스턴백도 보여 또 다시 결제했다.
또 5월9일 아동용 바지를 사면서 아동용 맨투맨티셔츠도 함께 주문했다. 결제 직전 올라온 상품 추천을 통해서다. 쇼핑의 여왕은 "필요한 것만 구매하고 종료하면 되는데, 클릭하면 비슷한 상품이 뜨고, 나중에 몇백원 더 저렴한 상품이 노출되다 보니 클릭을 안 할 수가 없다"면서 "구매 물품들이 예전보다 많아졌다"고 말했다.
쿠팡에서 주문한 상품을 취소하거나 반품할 때도 AI가 활용된다. 쇼핑의 여왕은 4월23일 홀베리 유기농 레몬(즙, 1만2320원)이 추천 상품으로 올라와 구매했는데, 마음이 바뀌어 클릭 한 번으로 취소했다. 5월5일에 주문한 스트래칭 요가밴드는 배송을 받고 마음에 들지 않아 고객센터에 문의한 뒤 반품을 신청했다. 쿠팡은 2023년부터 업계 최초로 AI를 활용한 상담사 연결 및 원클릭 문의 시스템이 가능한 24시간 고객센터 채널을 도입해 반품이나 교환, 환불, 상담원 연결 모두 쿠팡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한 달간 쿠팡이츠 실적은 많지 않았다. 다만 5월5일부터 이틀 연속 쿠팡이츠를 통해 스타벅스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 등 음료를 배달시켰고, 스쿨푸드와 냉면 전문점에서 만두와 냉면을 주문하는 등 분식을 주로 배달시켰다. 결제금액은 10만3800원이었다. 또 쿠팡플레이에선 뉴토피아와 가족계획, 안나 등 쿠팡의 오리지널 시리지와 리플리, 섹스앤더시티, 사랑과 영혼 등 2000년대 제작된 영화를 봤다. 쿠팡 와우멤버십(7890원)까지 포함하면 쇼핑의 여왕은 한 달간 쿠팡에서 74만1328원을 썼다.
15년간 쌓은 소비 데이터…AI 패권 전쟁 승기
쿠팡이 인공지능(AI) 시대 가장 주목할 기업으로 부상했다. 쿠팡은 AI를 접목한 로켓배송과 물류 혁신을 통해 국내 1위 e커머스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여기에 고객의 구매 이력과 검색 패턴, 상품 리뷰 등 15년간 축적한 소비자 데이터를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며 개인의 삶에 깊숙히 파고들고 있다. 여기에 개인의 식습관과 콘텐츠 취향까지 섭렵하면서 가장 상업적 가치가 높은 데이터를 확보, 전 세계 기술 기업들이 참전한 AI 패권 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모습이다.
소비자들은 쿠팡앱에 접속할 때마다 수십여가지 추천 상품을 마주한다. 과일을 비롯한 신선식품과 뷰티·생활용품 등 과거 구매한 이력이 있거나 주문을 검토했던 상품의 할인 정보, 과거 검색 내용과 비슷한 유형의 제품 정보 등이 사진과 함께 자동으로 노출되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고객 정보로 기재한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휴대전화 알림창 등을 통해서도 수시로 전달된다. 플랫폼 재방문과 재구매를 유도하고 충성 고객으로 유인하기 위한 쿠팡의 전략이다.
쿠팡은 이들 사용자의 이용 내역을 통해 소비자들이 입고, 먹고, 마시고, 자주 쓰는 상품은 물론 소비 성향과 관심사, 구매력, 가족 구성 등 상세한 정보를 유추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함께 국민 대다수를 가입자로 둔 이동통신사 정도를 제외하면 이와 같이 수많은 고객 데이터를 확보해 놓은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능은 월간활성이용자수(MAU) 3300만명이 넘는 쿠팡 사용자들이 남긴 막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소비자 데이터 분석기관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쿠팡의 MAU는 3339만명으로 종합몰 앱 부문 1위다. 일간활성이용자수(DAU)도 지난달 1일 기준 쿠팡이 1492만2696명으로 선두였다.
쿠팡에서 한 번이라도 제품을 구매한 고객 수는 올해 1분기 기준 2340만명으로 전년 동기(2150만명) 대비 9% 늘었다. 2023년 기준 쿠팡 앱을 설치한 이들은 3246만명, 유료회원 가입자는 1400만명에 달했다. 계정 하나를 가족 단위로 쓰는 사용자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전 국민의 대부분이 쿠팡 서비스를 이용한 셈이다.
이같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쿠팡의 AI 추천은 적중률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사용자의 취향이나 행동 패턴에 맞춘 적중률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의 앱 체류시간이 늘어나는데, 쿠팡의 앱 체류시간은 지난해부터 우상향 흐름이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의 1인당 평균 사용 시간(체류시간)은 코로나19가 창궐했던 2021년 3월에는 137분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오프라인 외출이 제한되면서 e커머스 플랫폼을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결과다. 1인당 평균 앱 사용 시간은 해당 월의 앱 총 사용 시간을 활성화 이용자 수(MAU)로 나눈 값이다.
그러나 2022년 엔데믹 전환 이후 소비가 오프라인 매장으로 분산되면서 쿠팡의 평균 사용 시간은 98분대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2023년 이후 오름세를 보이며 지난 3월 기준으로는 127분대로 회복했다. AI를 활용한 추천 기술이 더욱 정교해지면서 오랜기간 앱에 머무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쿠팡의 1인당 평균 앱 체류시간(사용 시간)은 127.87분으로 다른 쇼핑 앱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한 달 평균 소비자들은 쿠팡 앱에 약 2시간 정도 머물고 있다는 뜻이다. 이어 중국 e커머스 플랫폼(C커머스)인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는 각각 98.43분, 74.58분으로 나타났고, SSG닷컴과 G마켓은 41.35분, 41.32분으로 집계됐다. 네이버 플러스 스토어의 평균 체류 시간은 27.55분으로 나타났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네이버의 AI 기술이 접목된 쇼핑 플랫폼으로 지난 3월 12일 처음 출시됐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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