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일부러 물리거나 맹독 주입
업체 공조하여 해독제 개발에 일조해
미국에서 독사에 200번 물린 남성의 피를 이용해 만능 해독제를 개발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연구 성과가 있었다고 전해졌다.
2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외신은 전직 트럭 정비사였던 팀 프리드(57)가 뱀독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18년간 코브라, 블랙맘바, 타이판 등 치명적인 독사에게 일부러 200차례 이상 물려왔다고 전했다. 또 700회 이상 뱀독을 추출해 스스로 몸에 주입해오기도 했다. 블랙맘바는 1시간 이내에 사람을 죽일 수 있고, 타이판의 독은 블랙맘바보다도 더 강력하며 킹코브라의 50배에 달하는 독을 지니고 있다.
그는 다섯 살 때 독이 없는 뱀에 물린 경험을 시작으로 뱀에 빠졌고, 2000년쯤부터 전갈에서 시작해서 뱀으로 실험 대상을 바꿨다. 초기에는 코브라 두 마리에 잇따라 물려 6일간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했지만,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이 같은 위험천만한 실험을 이어갔다. 프리드는 이 실험을 유튜브에도 함께 공유했다.
프리드의 이 같은 사연을 알게 된 제이콥 글랜빌 미국 생명공학 회사 센티백스 최고경영자(CEO)는 프리드에게 곧장 연락했다. 뱀독에 수백회 노출된 프리드의 피가 항체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글랜빌 박사는 프리드의 피를 통해 여러 종류의 뱀독에 효과가 있는 '광범위 중화항체'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초 뱀의 독은 종마다 달라 해독제도 모두 달라져야 했다. 하지만 글랜빌 박사는 모든 뱀독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부분을 표적으로 삼는다면 광범위하게 쓰일 수 있는 해독제를 개발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운 것이다.
글랜빌 박사 연구진은 프리드의 혈액에서 항체를 추출했고, 동물 실험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독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 연구진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가장 치명적인 뱀으로 분류한 코브라과의 엘라피드 19종을 선정해 쥐를 대상으로 프리드의 혈액으로 만든 해독제를 시험한 결과, 13종에서 완벽한 해독 효과를 나타냈다. 나머지 6종에서는 부분적인 해독 효과(20~40%)가 있었다.
글랜빌 박사는 "전례 없는 효과"라며 "현재 해독제가 없는 엘라피드의 독에도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BBC 방송은 한해 독사에 물려서 숨지는 이들이 14만명에 달하고 그보다 3배 많은 이들이 팔다리 절단 등 장애를 안는 것으로 추산했다. 프리드는 "인류에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라고 밝혔다.
다만 해독제가 상용화되려면 아직 더 많은 연구와 실험을 진행해야 한다.
한편 프리드는 2018년 11월, 물코브라에게 물리는 것을 끝으로 실험을 멈췄다. 이혼 후 아내와 아이들은 집을 떠났고, 그는 "이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며 "언젠가 다시 시작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이대로 만족한다"라고 밝혔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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