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감사 결과, '본인부담상한제' 악용 사례 적발
지난 4년간 고액·장기 체납자 4089명에 39억 지급
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는 성실 납부자들의 보험료가 정작 보험료를 내지 않고 체납한 사람들에게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수년에 걸쳐 수십억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혜택이 고액·장기 체납자들에게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1년 동안 환자가 낸 병원비(비급여 등 제외)가 일정 금액(2024년 기준 소득 수준에 따라 87만~808만원)을 넘으면 그 초과분은 건보공단이 대신 내주는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에 따른 것이다. 병원비가 너무 많이 나와 가계에 큰 부담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지만, 이같은 혜택이 건보료를 1년 이상, 1000만원 넘게 내지 않은 체납자들에게도 돌아갔다.
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1~2024년 이런 고액·장기 체납자 4089명에게 총 39억원이 넘는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이 지급됐다.
지난해에만 1008명의 체납자가 약 11억5000만원을 받아 갔다. 이는 전체 체납자의 3% 수준이지만, 성실하게 보험료를 낸 다른 가입자들이 낸 돈으로 체납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1대 국회에서 체납된 보험료와 환급금을 서로 맞바꾸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법적인 문제(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압류 금지 등)로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건보공단은 상계 대신 지급할 환급금에서 밀린 보험료를 공제하고 지급하는 방식으로 법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문제가 제기된 지 3년이 넘도록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사이 3000명이 넘는 체납자가 30억원 이상을 지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이나 약국에서 실수로 진료비를 더 많이 받았을 경우 이를 가입자에게 돌려주는 '본인부담금 환급금' 제도에서도 이와 유사한 문제가 발견된다.
현행법상 이 환급금은 체납 보험료와 상계 처리하는 게 가능하지만, 건보공단 시스템의 허점으로 인해 일부 고액·장기 체납자들에게 이 환급금이 밀린 보험료와 상계되지 않고 그대로 지급됐다. 2021~2024년 사이 매년 2500~2800명가량의 체납자가 많게는 3000만원 이상의 환급금을 받아 갔다.
건보공단은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은 법 개정을 통해 공제 제도를 도입하고, 본인부담금 환급금은 관련부서 협의와 시스템 개선을 통해 상계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