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장관으로서 이례적이고 문제있는 선택"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금리 인하 촉구 발언에 대해 재무장관으로서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채권 시장 가격과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다르다며 Fed가 오는 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하한다면 "매우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서머스 전 장관은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TV '월스트리트 위크'에서 "이미 금리를 인하했다면 중대한 실수였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Fed가 오는 7일 금리를 내린다면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에 대한 신뢰를 약화해 장기 차입 비용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베선트 장관은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미 국채 2년물 금리가 Fed의 기준 금리보다 낮다며 "이는 시장이 Fed가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신호"라고 말했다. 이날 미 동부 시간 오후 2시께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3.70%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Fed의 기준금리인 4.25~4.5%를 크게 밑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올해 금리를 동결한 것을 거듭 비판하며, 에너지와 기타 물가 하락이 금리 인하에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달 29일엔 "Fed는 정말 일을 잘하지 못하고 있다"며 파월 의장을 비판했다. 베선트 장관의 이번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주장에 힘을 싣는다.
서머스 전 장관은 "2년물 금리를 근거로 Fed가 무엇을 해야 할지 판단하는 것은 분석적으로 꽤 타당하지 않다"며 며 "베선트 장관의 발언을 면밀히 살펴보진 않았지만, 만약 그가 Fed의 정책 방향에 대해 지시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면, 재무장관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선택이고 문제 있는 선택이기도 하다"라고 지적했다.
베선트 장관은 그간 Fed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에 집중한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해서 파월 의장을 비판해온데다 이날 베선트 장관도 돌연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이에 대해 서머스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조언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며 정치적 압력이 장기 금리를 상승시킨다고 했다. 또 재무 장관이 Fed를 언급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오히려 나쁘다"고 덧붙였다.
서머스 전 장관은 "사람들은 대통령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정치적 인물이란 점을 알고 있다. 재무장관은 Fed의 독립성에 대해 모든 것을 알아야 하는 세련된 금융 전문가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시장은 Fed가 오는 7일 FOMC에서 기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내다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F)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Fed가 5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95%로 반영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도 7일 Fed가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목표치인 2%를 웃도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으로 인한 가격 압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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