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산 전광호 평전'(류만상 지음, 도서출판 다사랑)은 1922년 충남 부여군 석성면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창산 전광호 선생(이하 선생)의 일대기다. 지역사 연구가 빈약한 상황에서 이 책은 한 평범한 인간이 향토애에 대한 광적인 열망, 도전과 불굴의 의지로 지역을 변화시킨 사례를 보여준다. 주민들을 홍수로부터 보호하고 농민들에게 삶의 젖줄을 만들어준 '산을 뚫어 강물을 보낸' 실화다.
어릴 적 금강의 범람으로 인한 피해를 겪은 선생은 10대 때 석성천 유역 3개 시군(부여 논산 공주), 6개면(석성 초촌 탄천 노성 광석 성동)의 홍수 피해를 극복하겠다는 꿈을 품는다. 1956년 35세 때 석성면 의회 의장에 당선되면서 오랜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 지역 주민의 뜻을 모아 진정서, 건의서 등을 지방정부와 중앙 정부, 국회 등에 수없이 제출했다. 마침내 1960년 3월 석성천 직강공사 기공식을 가졌고, 봉정리 금강변에 3km에 달하는 봉정제 구축을 건의해 1984년 말에 완공되기에 이른다.
또 파진산 밑 봉정양수장 설치와 창리 배수장이 신설(1991년 10월)되기까지는 선생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들 4개 사업을 이 책에서는 선생의 4대 공적이라고 불렀다. 이들 사업을 통해 석성 일대의 수해와 가뭄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자연재해로 고통 받는 주민들을 보호하겠다는 한 인간의 분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수십 번 현장을 답사하고 각종 자료를 수집해 글을 썼다는 저자 류만상 소설가는 "평생을 농민으로 살았던 선생은 누구보다도 처절하게 물과 싸웠고 또한 물을 사랑했다"며 "그렇게 그는 우리가 싸워야 하는 모든 것들을 이해하고 사랑한 사람이었다. 나는 마침내 그 물을 완전히 지배하고 다스린 그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석성천 유역 6개 면민들은 1992년 3월 선생의 공적비를 석성면 증산리에 건립했다. 선생의 공적을 기리고 후세에 전하기 위함이었다. 열정 하나로 지역 사회를 변화시킨 선생의 삶을 현실감 있게 보여주는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는지, 생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 준다.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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