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가겠다" 대선 레이스 완주 피력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1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사실상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한 대행은 2일 국회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권 도전으로 향후 선거 지형도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되면서 여야 셈법도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한 대행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갖고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자 저의 직을 내려놓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가를 위해 제가 최선이라고 믿는 길을 지금 이 순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어떤 변명도 없이 마지막까지 가겠다"고 강조한 한 대행의 사퇴 담화문은 대선 출마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대권 도전에 대한 의지를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 단일화 등 난관이 산적하더라도 중도포기하지 않고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 대행은 사퇴 담화문에서 국가 위기 상황을 거듭 강조했다. "세계 10위권의 한국 경제가 주요 7개국(G7) 수준으로 탄탄하게 뻗어나갈지 아니면 지금 수준에 머무르다 뒤처지게 될지, 대한민국 정치가 협치의 길로 나아갈지 극단의 정치에 함몰될지, 이 두 가지가 지금 우리 손에 달려있다"고 역설하면서 대한민국 경제발전과 성장을 가로막는 정치 행태에 대해 비판의 수위를 높혔다.
"표에 따라 이랬더저랬다 경제정책" 비판
한 대행은 작심한 듯 포퓰리즘에 대한 경계감도 드러냈다. "표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하는 불합리한 경제정책으로는 대외 협상에서 우리 국익을 확보할 수 없고,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세울 수도,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극단의 정치를 버리고 협치의 기틀을 세우지 않으면 누가 집권하든 분열과 갈등이 반복될 뿐"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한 대행은 그간 출마설에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이어갔던 데 대해 깊은 고민이 있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한 대행은 "엄중한 시기 제가 짊어진 책임의 무게를 생각할 때, 이런 결정이 과연 옳고 또 불가피한 것인가 오랫동안 고뇌하고 숙고했다"면서 "무엇이 제 책임을 완수하는 길인가 고민해왔다"고 토로했다.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는 '심판이 선수로 뛰는 것'이라는 일각의 비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고민에도 한 대행이 출마를 결심한 가장 큰 배경 중 하나는 '한미 2+2 통상협상'이 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 세계가 관세전쟁에 돌입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와 한미 통상협상 과정에서 외교·통상 전문가로서 소임을 다했고, 앞으로도 국익을 위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합리적 논의' 실종된 정치, 결국 직접 나서기로
총리직을 수행하며 목도했던 '협치가 실종된 정치'에 대한 쓴소리도 담았다. 한 대행은 "대한민국은 하나로 뭉쳐 위기를 극복해온 나라인데 지금 우리 사회는 양쪽으로 등 돌린 진영의 수렁에 빠져 벌써 수년째 그 어떤 합리적인 논의도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하면서 정치에 뛰어들게 된 배경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정치 행보에서 '갈등 봉합'과 '통합'을 강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날 총리직 사퇴를 발표한 한 대행은 2일 국회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행의 사직서는 2일 오전 0시 수리될 예정이며, 국무위원 서열 3위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넘겨받는다.
한 대행은 지난 2022년 5월 21일 부임한 이후 1077일간 재임하며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우게 됐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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