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 PE, MBK 불참 가닥
한앤컴퍼니 자금력·네트워크 모두 유리해
최태원 개인 지분 두고 SK그룹과 줄다리기 전망
올해 상반기 인수합병(M&A) 최대어로 꼽히는 SK 실트론 인수전이 한앤컴퍼니와 스틱인베스트먼트 간 2파전으로 좁혀졌다. 자금력과 SK그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한앤컴퍼니가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자회사 SK실트론 매각에 한앤컴퍼니와 스틱인베만 진지하게 뛰어들었다. 당초 매수 후보로 거론된 MBK파트너스와 IMM프라이빗에쿼티 모두 발을 뗀 것으로 전해졌다. MBK파트너스는 자금은 충분하지만 홈플러스 사태 여파로 일찌감치 참전 의사를 접었다는 후문이다. IMM PE 역시 스틱인베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전할 것이라는 소식이 나왔지만 사실상 불참으로 가닥을 잡았다.
2파전으로 갈 경우 여러 방면에서 한앤컴퍼니가 우세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자금력이다. SK실트론의 기업가치(EV)는 5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SK실트론의 순차입금 3조원을 제하고 매물로 나온 지분비율(70.6%)을 적용하면 인수 가격은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한앤컴퍼니는 4조7000억원 규모로 조성한 4호 블라인드 펀드에서 2조6500억원가량이 드라이파우더(미집행 약정액)로 남아있다.
스틱인베가 운용 중인 블라인드 펀드의 드라이파우더는 1조원대 수준이다. 스틱인베는 현재 SK실트론과 동시에 SK에코플랜트의 환경사업 부문 자회사 리뉴어스와 매립장 운영사 리뉴원의 인수도 추진 중인 만큼 드라이파우더 전체를 SK실트론에 쏟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수금융도 쉽지 않다. SK실트론은 3조원 수준 순차입금도 있기 때문에 대출을 일으킬 담보가치가 적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도 최근 개별 투자 건에 대규모 자금을 집행하지 않는 기조로 가고 있기 때문에 연기금이나 공제회에서 프로젝트펀드를 만들어 자금을 충당하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앤컴퍼니가 유리한 가운데 최태원 SK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29.4%를 두고 실질적인 협상이 오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그룹은 최 회장 개인 지분은 일단 남겨두고 싶어하는 분위기다. 이미 지분 확보 시기에 잡음이 발생한 만큼 또다시 구설에 휘말리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이혼 소송을 벌이고 있는 만큼 중요한 자금 조달 수단인 SK실트론 지분이 당장은 필요한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추후 무리 없는 가격에 눈치껏 사줄 상대가 필요한 셈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SK그룹이 LG로부터 SK실트론을 사올 때 이미 최 회장이 인수에 참여한 부분을 두고 시정 명령을 내렸다. SK실트론 인수 과정에서 SK그룹이 인수 기회를 포기하고 최 회장에게 주식 취득 기회를 부당하게 제공했다는 취지다.
반면 한앤컴퍼니 입장에서는 온전히 모든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 깔끔하다. 향후 매각이나 상장을 추진할 때 자유롭고 매끄럽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IMM이 빠진 것도 결국 이 지점 때문이라는 시선도 있다. 참여해봤자 SK와 한앤컴퍼니 간의 줄다리기에서 가격협상용 '들러리'가 될 뿐이라는 것이다.
한 PE 관계자는 "SK그룹이 결국 과거 관계와 매끄러운 거래를 생각할 때 한앤컴퍼니를 선호할 텐데 가격을 조금이라도 깎고 싶어 IMM 같은 다른 매수자도 있다는 식으로 협상에 나설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을 간파하고 IMM이 일찌감치 발을 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의 미국 국적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SK실트론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 기술이 국가 핵심 기술이기 때문에 외국인에게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기우'로 보고 있다. 한앤컴퍼니도 자체적으로 국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법적 검토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국적 개념을 사모펀드운용사(PEF)에 적용하긴 쉽지 않다"며 "출자자(LP)의 국적인지, 운용사(GP) 대표의 국적인지, GP 소재지인지 등 외국인으로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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