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모기떼 습격' 갈수록 빨라져
지자체들, 모기 유충 방제에 집중
"위잉위잉."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유수지체육공원 상공에서 드론 한 대가 빠른 속도로 이동하며 숲과 물가 등 사람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곳을 누비고 다녔다. 모기 방제액을 실은 이른바 모기 방제 드론이다. 드론을 조종하던 이상윤 서울 강남구청 질병관리과 주무관(66)은 "강남 일대엔 사람과 차량이 직접 방제액을 분사하기 어려운 하천과 수풀 지대가 많다"며 "드론 덕분에 방제 효율성이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디지털모기측정기(DMS)가 설치된 55곳에서 채집된 모기 수는 4월 첫째 주 387마리에서 넷째 주 2843마리로 7배 넘게 급증했다. 우리나라 기후가 겨울이 짧고 여름이 긴 날씨로 변화하면서 모기떼의 습격도 빨라진 것이다.
모기 기승에 시민 불편도 커지고 있다. 송파구 주민 윤모씨(41)는 "최근 아이 피부에 긁어서 생긴 상처가 있어 유심히 봤더니 모기에 물린 자국이었다"며 "4월, 5월에도 모기 때문에 아이 몸을 체크하는 게 일상이 됐다"고 했다. 캠핑 관련 커뮤니티에는 "캠핑장 화장실에 다녀오면 꼭 모기에 물려 있더라", "이른 봄부터 모기 퇴치제는 필수"같은 글이 올라 온다.
모기로 인해 전염되는 일본뇌염도 문제다.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5월에 발령되던 일본뇌염주의보가 2010년대 4월로 앞당겨지더니 2020년대 들어서는 3월로 더 빨라지는 추세다. 올해는 일본뇌염을 매개하는 작은빨간집모기가 3월 말부터 제주와 전남 지역에서 발견됐다. 일본뇌염은 중증 진행 시 사망률이 20~30%에 이르고, 생존하더라도 30~50%는 신경계 후유증을 앓는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는 "평균 기온이 10도 이상으로 올라가게 되면 모기 성충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며 "지구 온난화로 모기 출현 시기가 계속해서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들마다 모기 유충 잡기 비상이 걸렸다. 서울 강남구는 집집마다 장구벌레가 성충으로 자라나지 못하게 하는 모기 성장억제제를 배포하고, 방제 드론을 도입해 11월까지 주 2회 방제 작업을 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중구는 지난달부터 주민이 요청하면 직접 찾아가 모기 유충을 제거해주는 '모기 방역 특공대'를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특히 모기 유충인 장구벌레가 성충으로 자라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성충이 된 모기는 고층 아파트·빌딩 등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적응력이 강해 방제 작업이 쉽지 않은 반면 장구벌레의 경우 물 웅덩이, 정화조, 하수구 등에서만 서식하기 때문에 이곳들이 방제 작업의 중심이 된다. "모기 유충 1마리를 박멸하는 것은 성충 500마리 이상을 제거하는 효과를 낸다"(강남구 관계자)는 것이다.
이동규 교수는 "한국도 모기 매개 감염병의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정밀한 모기 감시 체계와 지역 맞춤형 방제 전략을 갖춘 '체계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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