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버거킹·KFC·롯데리아
원가율 하락…작년 수익성 대폭 개선
올해 또 햄버거 가격인상 단행 '그리드 플레이션' 논란
햄버거 브랜드들이 지난해 국내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지난해 초반부터 줄줄이 가격을 인상하면서 매출이 늘었고, 수익성도 대폭 개선된 것이다. 이들 햄버거 브랜드는 올 들어서도 도미노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 기업이 물가 상승을 명분으로 폭리를 취하기 위해 제품 및 서비스 가격을 인상하는 것)' 논란이 거세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9.1% 증가한 1조4090억원을 기록했다. 4년 연속 최대 매출을 갈아치운 것이다. 가맹점을 제외한 직영점 매출은 11.8% 뛴 1조2500억원으로,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영업이익은 117억원, 당기순이익은 1153억원으로, 2016년 이후 8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버거킹 운영사 BKR도 매출 7927억원, 영업이익 38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4%, 60.4%나 증가했다. 롯데리아 운영사 롯데GRS는 매출액 9954억원, 영업이익 39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7.7%, 87.9% 늘었다. 같은기간 KFC코리아는 매출이 2923억원으로 전년 대비 17.7%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64억원으로 469% 급증했다.
이들 햄버거 브랜드의 역대급 실적 배경은 가격인상이 꼽힌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5월 16개 메뉴 가격을 평균 2.8% 인상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13개 메뉴를 평균 3.7% 올리며 2차례 가격 인상을 진행했다. 롯데리아도 지난해 8월 버거류 20종 가격을 평균 2.2% 인상했으며, KFC 역시 지난해 6월 일부 메뉴 가격을 100~300원씩 올렸다.
그 결과 햄버거 물가 상승률이 외식 메뉴 중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지난해 햄버거 물가 상승률은 5.4%로, 피자(-0.6%)는 물론 자장면(3.2%)·돈가스(3.4%)·치킨(4.8%) 등 주요 외식 메뉴를 웃돌았다.
이들 햄버거 브랜드는 지난해 원자재 가격과 제반 비용 상승 등으로 불가피하게 메뉴 가격을 올렸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매출 원가율은 모두 전년보다 떨어졌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매출원가율이 34.82%로, 전년 37.14%보다 2.32%P 하락했다. BKR 원가율은 35.5%로 전년보다 0.4%P 떨어졌으며, KFC 역시 지난해 원가율이 27%로 전년 27.71%보다 소폭 하락했다. 롯데GRS 또한 지난해 원가율이 48%로 전년 대비 1.8%P 하락했다. 원자재 매입 비용보다 가격 인상에 따른 매출 증가분이 더 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해 초부터 이들 햄버거 브랜드가 메뉴 가격을 또 다시 인상한 것을 놓고 '그리드플레이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버거킹은 올해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1월24일 일부 제품 가격을 100원씩 올렸다. 이에 따라 대표 메뉴인 와퍼는 단품이 7100원에서 7200원으로 올랐다. 와퍼 세트 가격은 9200원이다. 한국맥도날드는 올해 3월에도 20개 메뉴 가격을 100~300원 추가 인상했다. 불과 10개월 사이 세 차례 가격을 올린 셈이다. 롯데리아도 지난달 3일부터 65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3.3% 인상했다. KFC는 지난달 8일 치킨, 버거 등 일부 메뉴 가격을 100∼300원 인상했다. KFC는 홈페이지를 통해 가격 인상 사실을 알리면서도 인상 대상과 폭을 알리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햄버거 패티, 치즈 등은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그간 원가 부담이 쌓였다"면서 "인건비, 배달 플랫폼 수수료 인상이 겹치고 운영비가 늘자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가맹점주들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 단체를 중심으로 햄버거 가격 인상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등 10여 개 소비자단체로 구성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원가 압박 및 비용 감내의 어려움 때문이란 주장은 타당성이 부족하다"며 "물가안정에 동참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세제와 관세 혜택을 철저히 재검토해 실질적인 소비자 혜택 중심의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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