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뱅크 포함 6개 지방은행
연체율·고정이하여신비율
2020년 이후 5년 내 최고치 경신 또는 근접
부울경 제조업 불황에 부산·경남 '울상'
호남 지역 경제 어려움 닥친 전북·광주
부동산·관광업 한파 맞은 iM·제주
지역 경제가 불황을 겪자 지방은행 자산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관련 수치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거나 근접한 것이다.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각 지역 기반의 경제가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다. 이에 단순히 건전성 관리를 하는 것을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단 의견이 나온다.
2일 아시아경제가 6개 지방은행(부산·경남·전북·광주·제주·iM)의 2020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5년간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을 분석한 결과 각 은행의 수치들이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거나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체율은 전체 대출 잔액 중에서 한 달 이상 원리금이 연체된 잔액의 비중을 뜻한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란 고정부터 회수의문·추정손실에 해당하는 채권이 전체 대출채권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대출채권은 건전성을 기준으로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다섯 가지로 분류한다. 추정손실에 가까울수록 연체 기간이 길어지거나 회수가 어렵다.
부산은행은 올해 1분기 연체율(0.73%)과 고정이하여신비율(1.1%) 모두 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존 최고치는 2020년 2분기(0.68%·0.96%)였다. 경남은행은 5년 중 최고치인 2020년 1분기(0.84%·1.1%)에 근접한 0.68%·0.82%를 기록했다. JB금융지주 산하 전북은행과 광주은행도 마찬가지다. 전북은행의 올 1분기 연체율은 기존 최고치인 지난해 1분기(1.56%)를 넘은 1.59%를 기록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의 경우 0.98%로, 2023년 3분기(1%) 이래 최고치를 보였다. 광주은행의 연체율은 0.97%로 기존 5년 내 최고치인 2023년 2분기(0.71%)보다 0.26%포인트 높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지난해 2분기(0.59%)보다 0.2%포인트 증가한 0.79%다. 대구 지역 지방은행이었던 iM뱅크도 연체율 1.09%를 기록해 5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제주은행 은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이 2023년 1분기 이후 오름세에서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각 은행의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의 세부 항목을 보면 은행이 기반을 둔 지역경제 특징이 드러난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 기반인 BNK금융지주 산하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경우 중소기업의 연체 비율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은행은 중소기업 연체율이 전체 기업 연체율 상승을 이끌었다. 전체 기업 연체율은 0.7%인데 반해 중소기업 연체율은 0.8%다. 중소기업 연체율이 가장 높은 시기(2020년 2분기·0.87%)에 기업 연체율(0.79%)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기업은 1.35%, 가계는 0.57%였다. 기존 최고치인 2020년 2분기에도 기업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19%로 높았다. 경남은행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은 부울경 지역의 제조업 관련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일어났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올 1분기 산업별 원화대출금 구성을 보면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15.8%, 24.9%다. 경남은행의 경우 산업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부산은행은 부동산업에 이은 두 번째를 차지했다. 부울경은 울산 현대차공장 등 제조업 관련 대기업이 몰려있다. 이에 양 은행이 대기업 여신이 많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기업들과 거래하는 1~3차 협력사 위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돼있다. 이 협력사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에 봉착하자 은행 건전성도 나빠진 것이다. 금융결제원 부도정보제공 서비스를 보면 지난 2년간 부도를 내 당좌거래정지를 당한 후 취소되거나 해제하지 못한 부산 지역 법인이 30개며 울산은 6개다. 대부분 연 매출 10억~50억원인 중소기업이었다.
호남 지역 기반인 JB금융지주 산하 전북은행과 광주은행도 중소기업 연체가 가장 많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가계 연체 문제도 심각했다. 전북은행의 기업 연체율은 1.53%, 중소기업 연체율은 1.69%를 기록했으며 가계 연체율은 1.62%였다. 광주은행도 기업 고정이하여신비율이 0.78%, 가계는 0.75%다. 두 수치의 차이는 0.03%포인트로, 가계 역시 기업만큼 연체하는 비중이 높았다고 볼 수 있다. 같은 광역시 기반인 부산·iM뱅크의 격차(0.78%포인트·0.64%포인트)보다 작은데, 이는 광주시민들이 부산시민이나 대구시민보다 연체를 많이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전북 지역은 인구가 줄어 지역 경제가 침체하고 있다. 경제가 활력을 잃어 기업이 없어지면 남은 이들의 구직이 어려워지고 돈을 갚지 못하는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호남권 지역경제동향을 보면 전북에서 6060명이 외지로 이동했다. 광공업·서비스업생산 지수는 각각 -1.1%, -1%를 기록해 역성장했으며 소매판매지수도 -4.1%를 기록했다. 여기에 전북지역 실업률은 지난 1월 4.7%로 전국 평균(3.7%)을 웃돌았다. 광주·전남 지역은 전북지역보단 기업이 많지만 지역 내수(소매판매 부진·건설수주 역성장) 여건이 좋지 않고 수출도 역성장해 전북과 대동소이한 상황이다.
iM금융지주 산하 iM뱅크는 대구 지역 미분양 주택이 문제다. 대구 지역은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3252가구)가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가장 많다. 준공 완료 후 팔리지 못한 주택이 많아지면서 건설사가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된다. 이에 은행은 건설사에 내준 대출금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등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iM뱅크의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2023년 1분기부터 상승세에 있다가 지난해 3분기에 흐름이 꺾였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다시 늘어나면서 지역 부동산 경기가 아직 나아지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다.
제주은행은 제주도 관광업이 부진하면서 연체가 급증하고 있다. 제주은행의 대출 포트폴리오를 보면 기업대출이 전체 대출의 70%를 차지한다. 이 중 개인사업자 대출이 60%(전체 대출의 40%)다. 산업별 분류로 보면 도소매업·음식숙박업·서비스업 등 관광 관련이 약 56%로, 사실상 관광업에 종사하는 개인사업자 대출이 제주은행 대출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 수는 2016~2019년 평균 1500만명이었는데 2020~2024년에는 평균 1265만명에 그쳤다. 관광산업의 불황으로 자영업자가 타격을 받자 제주은행 자산건전성도 타격을 입은 것이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6시간만 바짝 일하고 퇴근 할래요"…생계 압박이 불러온 '스마트한 방식' [세계는Z금]](https://cwcontent.asiae.co.kr/asiaresize/93/2022072515401262911_1658731211.jp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