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 시호 딴 충무로
서울 중구, 역사문화 중심지로 조성
이순신 리더십·지혜 필요한 시대
일제강점기 혼마치(本町通, 본정통)라 불리던 거리에 해방 이후 새 이름이 붙었다. 이순신 장군의 시호 '충무(忠武)'에서 딴 '충무로'라는 이름이었다. 장군이 태어나 유년기와 청년기 한때를 보낸 건천동(현재 인현동)이 지척이었다. 서른 두살 늦은 나이에 훈련원(현재 훈련원공원)에서 무과에 급제하고 관직을 받아 일했다. 종각 일대는 백의종군의 출발지다.
1946년 초대 서울특별시장으로 취임한 김형민은 취임 직후 가로명 제정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는 일본식 도로명과 지명을 우리 식으로 바꿨다. 황금정통(黃金町通)은 을지로, 소화통(昭和通)은 퇴계로가 됐다. 충무로와 함께 세종로, 충정로, 원효로라는 이름도 이때 생겼다. 일제강점기 서울의 중심 도로와 동네 이름은 일본식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른바 창지개명(創地改名)이다.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민족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회복할 필요가 있었다. 위인의 이름을 땄다. 이순신, 세종대왕, 을지문덕, 이황, 민영환, 원효대사가 이때 소환됐다.
지난 28일 중구 남산골한옥마을 서울남산국악당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중구가 이순신 장군의 탄생지임을 강조하고 그의 용기와 지혜, 애민정신을 이어받아 중구의 정체성과 미래 비전을 새롭게 세우자는 자리였다. 행사를 주관한 김길성 중구청장은 장군의 흔적을 쫓았더니 표지석 하나 달랑 있더라고 했다. 초동 명보아트홀(옛 명보극장) 앞에는 성인 허벅지 높이의 '충무공 이순신 생가터' 표지석이 있다. 초라해 보였고 마음 아팠다고 했다.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후대에 가르치고 싶어도 서울에는 기념할 공간도 기억할 장소도 없더라는 것이었다.
프랑스를 한때 유럽 최강국으로 만들었던 나폴레옹이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메종 보나파르트'(보나파르트 가문의 집)는 코르시카섬 아작시오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여름철에는 하루 1000여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의 명소다. 생가는 국립박물관으로도 지정돼 있다. 우리와는 너무 다르다.
중구는 충무로 일대를 역사문화 중심지로 조성하고 이순신을 세계화하겠다고 밝혔다.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을지로3가 교차로까지 766m 구간에 '이순신길'도 만든다. 세운지구에 포함된 생가터는 재개발 기부채납을 받아 기념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순신을 브랜드화하고 관광상품을 개발한다. 상인들과 함께 먹거리, 기념품도 제작한다. 충무공 장학금, 충무공 캠프, 유적지 탐방 등 가능한 모든 사업을 연계하기로 했다.
올 9월에는 첫 이순신 축제를 열고 이순신 주간도 운영한다. 활쏘기 대회, 걷기 대회, 이순신 영화 상영과 도서전, 거북선 만들기, 축제 거리 조성과 퍼레이드 등 함께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웬만한 걸 다 한다. 내년부터는 4월 28일 탄생일에 맞춰 축제를 열기로 했다. 서울시에서도 남산골한옥마을 소나무 숲 부지에 대규모 이순신기념관을 짓기로 했다. 2028년 하반기 개관이 목표다. 지난 25일에는 '이순신 서울에서 만나다' 국제학술대회도 열었다. 그의 삶과 정신을 서울의 정체성과 연결해 재조명하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갤럽 조사 결과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1위는 이순신이다. 이순신이 보여준 리더십, 위기 극복의 지혜, 애민정신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리더에게 꼭 필요한 정신이자 가치다. 한 달 여 뒤면 대한민국의 새 리더를 뽑는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 새 대통령이 480살 장군을 다시 깨운 이유, '왜 다시 이순신인가'라는 물음을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한다.
김민진 사회부 지자체팀 부장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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