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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美中 '치킨게임' 살아남는 자가 승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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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진핑, 양보 없는 대치
양측 모두 손해 보는 파국의 길
고래 싸움 속 韓 생존 전략 고민

[시시비비]美中 '치킨게임' 살아남는 자가 승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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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선 도로 위에서 두 대의 차량이 서로를 마주 보고 달려온다. 핸들을 꺾으면 '치킨(겁쟁이)'이 되고 꺾지 않으면 '용기 있는 승자'가 된다. 하지만 둘 다 직진하면 크게 다치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게임이론 모델 중 하나인 '치킨게임'이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 전쟁이 출구가 보이지 않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방식의 보복·맞불 조처로 서로에 대한 관세율이 전례 없이 치솟으면서 양국 간 정상적인 교역이 붕괴하고 상품무역 관계가 사실상 단절되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의 상황은 먼저 포문을 연 미국이 중국보다 좀 더 조급해하는 분위기다. 중국에 대해 강경 일변도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들어 "관세를 낮출 수 있다"며 유화 제스처를 내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단 질러보고 뒷수습을 하는 체하며 이익에 부합하는 결과물을 취득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거래의 기술'이라고는 하지만 이것이 제대로 먹히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보복 관세뿐만 아니라 미국의 첨단기술 수출 규제와 화웨이, SMIC 같은 중국 기술기업 제재에 맞서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과 할리우드 영화 중국 내 상영 제한 등 다양한 맞불 조치를 내놓았다. 희토류 생산의 70%, 제련 공정의 90%를 틀어쥐고 있는 중국이 자원 무기화로 보복에 나선 것이다. 또 중국은 통상 전쟁 장기화를 대비해 금리 인하 등 추가 경기 부양책을 준비하고, 자국 기업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통상 전쟁의 양상은 과거와는 다르다. 중국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딥시크로 이미 지난 1월 전 세계에 '딥시크 쇼크'를 안겼고 중국 최대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는 미국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을 대체한다는 목표로 자체 AI 칩을 개발 중이다. 비야디(BYD)의 전기차는 이미 테슬라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8년 전 트럼프 1기를 경험하면서 학습효과를 키운 덕이다.

오히려 미국이 버티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미 대형운용사 아폴로 글로벌매니지먼트는 "몇 주 내에 미국 내 가게들의 텅 빈 진열대를 보게 되고, 팬데믹 때와 같은 물품 부족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흔히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소셜미디어엔 트럼프가 시진핑의 전화를 애타게 기다리는 등 트럼프가 시진핑에게 밀리는 듯한 모습을 합성한 이미지가 쏟아지고 있다. 또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에선 '애국 소비'를 부추기며 스타벅스, KFC 불매운동을 하거나 나이키 신발을 직접 버리는 장면들도 돌아다니고 있다.


반면,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39%에 그쳐 역대 대통령 가운데 취임 100일 기준 최저라는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가 나왔다. 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가짜 언론사에서 나온 가짜 여론조사로 이들은 선거 사기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였다.


이번 역대급 통상 전쟁에서 누가 승리할지는 모르지만, 현재로선 외나무다리에서 두 마리의 양이 서로 마주친 모습이다. 이솝우화 속 두 마리 양은 서로 먼저 건너가겠다고 싸우다 결국 둘 다 물에 빠져 죽었다. 답은 간단하다. 미국과 중국이 망하지는 않더라도 둘 다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두 고래 싸움에 우리나라와 같은 새우는 온전할까.





조강욱 국제부장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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