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인 아메리카' 양자컴퓨터 의지 밝혀
기업 투자 규모가 韓 정부 주도 투자액 압도
미국 IBM이 양자컴퓨터를 자국 내에서 개발 및 생산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이어 양자컴퓨터까지 첨단 산업의 미국 내 생산기반 확보를 위한 기업들의 참여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IBM은 28일(현지시간) 향후 5년간 미국에 총 1500억달러(약 216조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투자 대상 중 핵심은 단연 양자(Quantum)이다.
IBM은 양자컴퓨터와 메인프레임 컴퓨터의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위해 300억달러(약 43조원)를 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양자 분야 올해 투자 규모가 약 2000억원 정도인 것과 큰 격차를 보인다. 한국의 양자 산업이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음에도 일개 기업인 IBM의 투자금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1조원 규모의 '양자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했지만, 이후 사업 규모가 3000억원 규모로 축소되고 이마저도 예산 심의에서 혼선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면 예타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다.
IBM의 사례는 앞서 미국 투자를 발표한 애플, 엔비디아에 이어 미국의 첨단 기술 산업 리더십을 강화하고, 자국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입장을 지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 기업들은 자국의 첨단 산업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트럼프 정부의 압박에 속속 협조하는 중이다.
IBM은 향후에도 미국 내에서 양자컴퓨터를 설계, 생산, 조립을 지속하기 위한 투자 계획을 밝힘으로써 미국 중심의 양자 컴퓨팅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IBM은 양자컴퓨터가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의 기본 원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경쟁력, 일자리, 그리고 국가 안보를 혁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과 전 세계에서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한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IBM은 자신들이 강점을 가진 메인프레임컴퓨터를 미국 내에서 지속해서 생산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메인프레임은 주로 금융 분야에서 사용되는 IBM의 가장 강력한 컴퓨터이다. 메인프레임은 미국 뉴욕주 푸킵시에서 생산된다.
IBM의 아빈드 크리슈나 회장 겸 CEO는 "기술은 단순히 미래를 구축하는 것을 넘어, 미래를 정의한다"며 "114년 전 창립 이래로 미국 내 일자리와 제조업에 집중해왔으며, 이번 투자와 제조 확대를 통해 IBM이 세계에서 가장 앞선 컴퓨팅 및 AI 역량의 중심에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IBM은 초전도체 양자컴퓨터 분야의 선두주자다. 국내에 설치된 128큐비트 성능의 양자컴퓨터도 IBM이 제조했다. IBM의 양자컴퓨터는 지금도 미국 내에서 생산된다. IBM의 양자컴퓨터는 국내에 있어도 함부로 분해할 수도 없다.
미 언론들은 이번 발표가 미·중 무역 분쟁 등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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