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2024년 위기청소년 실태조사
'우울감' 경험 33%
"외롭다" 고립감도 일반 청소년보다 높아
가출, 자살 시도 등 주요 원인 '가족'이지만
80.8%는 부모 사랑 느껴
위기청소년 5명 중 1명은 최근 1년 내 가출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심리·정서적으로 취약해 33%는 우울감을 경험했으며, '혼자'라는 사회적 고립감도 일반 청소년에 월등히 높았다. 심리·정서 갈등의 원인은 대부분 가족이었지만, 80%는 부모 사랑을 느낀다고 답해 가족의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29일 여성가족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 위기청소년 지원기관 이용자 생활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위기청소년 실태조사는 3년마다 실시하는 국가승인통계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청소년쉼터 등을 이용한 만 9세에서 18세 이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 지난 2021년 이후 두 번째 실시한 이번 조사에선 해당기관 이용자 4627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6월 20일부터 9월 13일까지 위기청소년의 가족관계, 심리적 특성, 위기 경험 등을 조사했다.
이 결과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가출해본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27.7%, '최근 1년간 가출해봤다'는 응답자는 20.0%였다.
각각 직전 조사 때보다 4.9%p, 2.6%p씩 감소한 수치지만, 가출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힌 '가족 갈등'은 직전조사 때와 동일했다.
위기청소년은 집을 나오게 된 까닭을 묻는 질문에 '가족과의 갈등(69.5%)', '자유로운 생활(34.3%)', '가정폭력(26.3%)' 등을 꼽았다. '자유로운 생활'과 '가정폭력' 때문에 가출했다는 응답은 직전 조사 때보다 줄었지만, '가족과의 갈등'을 가출 원인으로 선택한 비율은 직전 조사 때와 동일(69.5%)했다.
가족 갈등 때문에 가출 등 심리·정서적 위기를 겪지만, 위기청소년 10명 중 7~8명은 가정 내 부모의 사랑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부모로부터 사랑과 보살핌(80.8%)', '관심과 걱정(79.1%)', '격려와 용기(69.8%)'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어렵고 힘들 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90.4%가 '있다'고 답했고 도움을 청할 주요 대상으로는 '부모님 또는 보호자'(73.0%)를 가장 많이 꼽았다. 직전조사(64.1%) 대비 8.9%p 증가한 수치다. '친구·선후배'는 70.8%로 뒤를 이었다.
한편, 위기청소년 3명 중 1명(33.0%)은 '지난 1년간 2주 내내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경험했다'고 답해 우울감을 호소했다. 직전조사(26.2%) 대비 6.8%p 증가한 수치다.
'최근 1년간 자살을 시도해 본 적이 있다'는 응답은 8.2%로, 직전조사(9.9%)보다 1.7%p 감소했지만 '자해 시도 경험'은 같은기간 2.8%p 증가한 21.5%를 기록했다.
자살 시도의 주된 이유는 '심리불안'(37.3%)이 가장 컸고, '가족 간의 갈등'(27.0%)과 '학업문제(15.0%)' 등이 뒤를 이었다. 직전조사 때보다 심리불안은 11.1%p 감소했지만, 가족 간의 갈등과 학업문제를 자살의 이유로 꼽은 비율은 각각 0.7%p, 10.3%p씩 증가했다.
자살 또는 자해 생각이나 시도 경험이 있는 위기청소년의 절반은 자살(55.1%)이나 자해(50.5%) 관련 생각 및 시도 경험을 주위에 알린다고 응답했다. 알린 대상으로 '친구 또는 선후배', '청소년 기관이나 시설(청소년상담복지센터, 청소년상담 1388 등)' 순으로 나타났다.
위기청소년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고립되어 있다고 느끼는 비율이 43.5%에 달했다. 이는 '아동·청소년인권실태조사'에서 나온 일반 청소년(14.0%)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여가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위기청소년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청소년복지·보호정책을 한층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청소년 상담 1388(365일 24시간)과 240개의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통해 자살 자해 및 학교폭력 등 위기 상황에 놓인 청소년의 맞춤형 서비스를 통합 지원하고, 위기청소년 안전망 시스템을 통해 유관기관과 연계해 위기청소년 발굴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시설을 퇴소하는 가정 밖 청소년의 생활 안정 지원에도 나선다. 오는 5월부터는 자립 지원수당 압류 방지를 위해 압류 방지통장(행복지킴이통장) 개설 서비스를 시행하고, 가정 밖 청소년이 퇴소 직후 자립 지원수당을 신청하지 않은 경우라도 퇴소 후 5년 이내 신청하면 자립 지원수당을 5년 동안 지급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황윤정 여가부 청소년 가족정책실장은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을 조기에 발굴해 전문적인 상담과 함께 주거·취업 지원 등 맞춤형 지원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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