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부실대출 비율 일제히 상승
1년 새 평균 0.07%P↑…6년 만에 최고치 찍은 곳도
은행 대응 어땠나 보니…관련 지표 오히려 하락
충당금 더 쌓았지만 부실 빠르게 늘어난 영향
"건전성 관리 올 한 해 큰 숙제"
시중은행의 부실대출이 늘어나며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은행들의 위기 대응 역량을 보여주는 지표는 오히려 더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더 쌓았지만 부실이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고, 부실채권 정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경기 침체에 경제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향후 대출을 갚지 못하는 차주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의 건전성 관리가 올 한 해 최대 과제로 떠오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해 1분기 부실채권(NPL·고정이하여신) 커버리지 비율은 평균(단순 합산 기준) 169.78%로 집계됐다. 최소 159.3%(신한은행)에서 최대 188.4%(우리은행)로, 4개 은행 모두 200%를 밑돌았다. 지난해 1분기 평균은 228%로, 208~279.5%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큰 폭의 하락세다. 지난해 말 대비로도 35.89%포인트 급락했다.
NPL 커버리지 비율은 부실대출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비해 쌓아둔 대손충당금 비율을 말한다. 은행이 부실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건전성 지표다. NPL 커버리지 비율이 높을수록 부실대출에 대한 준비가 잘돼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차주들의 대출 상환 능력이 악화하면서 NPL 비율과 연체율이 일제히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의 대응 여력은 오히려 감소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손충당금은 줄어들지 않았다. 은행들은 최근 대출 자산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추세에 맞춰 올 1분기 대손충당금 규모를 일제히 늘렸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분기 418억원에서 올해 1093억원으로 확대했고, 하나은행도 473억원에서 1195억원으로 증가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대손충당금을 더 늘렸다.
대손충당금 확대에도 NPL 커버리지 비율이 하락한 것은 경기 둔화로 인한 부실자산 증가 속도가 은행의 충당금 적립 속도보다 빨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KB국민은행의 경우 NPL 규모가 지난해 1분기 1조2549억원에서 올 1분기 1조6056억원으로 28% 증가했다. 반면 총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2조6122억원에서 2조7117억원으로 3.8%만 늘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정이하여신 금액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건전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실채권 정리 속도를 늦춘 것도 NPL 커버리지 비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신한은행의 경우 올 1분기 NPL 상각·매각 규모를 전략적으로 축소한 영향으로 고정이하여신이 늘면서 NPL 커버리지 비율을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콘퍼런스콜에서 "부실채권의 상·매각 조건이나 가격이 좋지 못해 전략적으로 규모를 줄였고 그 결과 커버리지 비율이 빠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들의 손실 대응 여력이 감소했음에도 여전히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실제 은행의 NPL 커버리지 비율은 코로나 이전 100~140% 수준이었다. 이후 위기 대응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200% 이상까지 치솟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도하게 올랐던 비율이 일부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며 "120% 이상 수준이면 재무 상태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전성 관리에 보수적인 은행의 부실대출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은행들도 그 속도와 대응에 예의 주시는 하고 있다. 올 1분기 4대 은행의 연체율은 0.32~0.37% 수준으로 1년 전은 물론 지난해 말과 비교해도 일제히 상승했다. NPL 비율 역시 0.29~0.4%로 모두 올랐다. KB국민은행(0.4%)은 5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우리은행(0.32%)도 2020년 12월 말 이후 가장 높았다. 신한은행(0.32%) 역시 2021년 9월 말 이후 최고치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 관세정책 불확실성에 저성장이 우려되면서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건전성 관리는 올 한 해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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