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 기자간담회
박정석 한국해운협회 회장이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으로 국내 해운 산업에 큰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해운업을 국가적인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28일 서울시 영등포구 해운빌딩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관세 전쟁으로 국내외 수출입 화물 동향이 시시각각 변하고 해운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박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중국의 해운·조선 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전략안보선 250척 확보, 해기사 양성 등 해상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해운업도 반도체처럼 전략·필수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섬나라인 우리나라는 수출입화물의 해운업 의존도가 99.7%에 달하고 있지만 그 중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덜 형성됐다"면서 "물류공급망 확대를 위해 필수선박제도를 개편하고 전략안보선박 확대를 위한 노력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중국 해운사, 중국산 선박을 운영하는 해운사,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 등에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결정했다. 오는 10월 14일부터 중국 기업이 운영하거나 소유한 선박에 t당 50달러의 입항 수수료를 징수하고, 이를 매년 올려 2028년에는 t당 140달러로 단계적으로 부과할 예정이다. 또 중국이 아닌 나라의 기업이 운영하는 선박도 중국에서 건조했으면 t당 18달러를 내야 한다.
해운업계에서는 중국산 선박 비중이 적은 국내 해운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박 회장은 중장기적으로 부정적이라고 봤다.
그는 "해운사들은 중국산 선박을 미주노선이 대신 유럽노선으로 바꾸는 전략으로 대응하면 된다"면서 "관세 부과로 미중 교역이 줄어들면 물동량이 줄어들고 시황이 침체될 수 밖에 없어 해운시황도 변화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운협회는 해양수산부와 해운물류 분야 통상현안 비상대응반을 통해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박 회장은 "한국 조선소에서 배를 만들고 한국 해운사에서 운영하는 선대를 확대해야 한다"면서 "우리 해운을 전략적으로 육성,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필수선박제도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현재 88척인 전략안보선대를 200척 수준으로 확대하고 정부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해 유사 시 선박 활용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서울대 공과대학을 졸업한 후 1992년 케이씨티시에 입사하면서 해운 업계에 뛰어들었다. 2007년 고려해운 대표이사에 취임했고, 2016년에는 제3대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 회장을 역임했다. 고(故) 박현규 고려해운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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