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스토어' 빠른 속도로 성장 중
"다양한 저칼로리·저당 제품 구매 가능"
"살 안 찌는 간식만 모아놨습니다. 걱정 없이, 군것질하세요."
지난달 25일 오후 1시께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제로스토어 이대점'은 점심을 간단히 때우거나 간단한 요깃거리를 찾는 대학생들로 붐볐다. 초록색 과잠바를 입은 학생들은 제품 포장을 뒤집어 칼로리와 영양 성분표를 꼼꼼히 살펴본 뒤, 쉐이크와 단백질바를 골라 계산하기도 했다. 일반 편의점과는 달리 선택의 기준은 '맛'보다는 '성분'에 가까워 보였다.
지난해 11월 1호점을 시작으로 포문을 연 '제로스토어'는 건강한 간식과 식사를 제안하는 저칼로리·제로 전문 편의점이다. '왜 다이어트를 맛있고 쉽게 할 수 없을까', '왜 맛있는 저칼로리·저당 음식은 온라인에서만 구매 가능할까' 같은 질문에서 출발해 현재 44호점까지 계약을 완료했다.
일반 편의점과 비슷한 크기지만, 매장 내부는 다양한 저칼로리·저당 제품들로 채워져 있다. 곤약 김밥, 발효곤약라면처럼 저칼로리 재료를 활용한 식사 대용 제품부터, 스테비아로 단맛을 낸 저당 음료까지 다양하게 진열돼 있었다. 프로틴 시리얼, 닭가슴살 핫도그 등 고단백 간식류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마련돼 있었다.
특히 매장 곳곳에는 제품 성분을 강조하는 문구들이 눈에 띄었다. 'ZERO 유제품', '여기 음료수 설탕 다 합쳐도 5g' 같은 문구가 냉장고마다 부착돼 있었고, 벽면에는 '다이어터들이 설레는 공간'이라는 슬로건이 걸려 있었다. 무인 운영 매장인 만큼 손님들은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진열대를 둘러봤다. 저당 아이스크림을 고른 학생, 곤약 젤리를 집어 든 직장인 등 다양한 제품을 챙긴 손님들은 직접 계산을 마친 뒤 가게를 나섰다.
이화여대생 박연우씨(20)는 "주 3회 정도는 '제로스토어'를 방문한다"며 "죄책감 없이 가볍게 먹을 수 있어서 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가는 길목에 매장이 있어 자주 들르게 되고, 주로 식사 대용 주먹밥이나 닭가슴살, 간식류 등을 구매한다"고 덧붙였다.
배달비 걱정 없이 저렴한 가격에 저당·저칼로리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도 소비자의 발길을 이끄는 요인이다. 직장인 김단아씨(가명·29)는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려다 제로스토어를 발견해 이곳에서 제품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그는 "편의점 음식보다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선택했다"며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배송비가 드는데, 이곳에서는 다양한 제품을 추가 비용 걱정 없이 고를 수 있어 편리하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방문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제로스토어는 온라인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저칼로리·저당 브랜드 제품을 한데 모아 오프라인 매장으로 구성했다. 특히 매장 한쪽에는 고객 의견을 수렴하는 화이트보드가 마련돼 있어, 손님들이 원하는 제품을 직접 요청할 수 있었다. 요청이 들어온 제품은 실제로 매장에 입고되기도 한다. 매주 신상품이 업데이트되는 것도 제로스토어만의 특징이다.
최근 이런 매장들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열풍이 있다. 헬시플레저는 '즐겁게 건강을 챙긴다'는 의미로, 단순히 체중 감량을 목표로 삼던 과거와 달리 식단 관리 자체를 즐거운 경험으로 받아들이려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뜻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저당 식품을 선호하는 경향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 세계 무설탕 식음료 시장 규모는 올해 201억2000만달러(약 28조9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연평균 성장률은 3.98%에 달해, 2030년에는 244억 6000만 달러(약 35조1832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모도 인텔리전스 측은 "무설탕 식음료 시장은 전자상거래 확대와 건강한 식음료에 대한 소비자 선호 변화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특히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당분 제품에 대한 대체재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소비자들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로우스펙(저당·저칼로리·저지방) 식품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제로스토어 역시 이러한 수요 증가를 타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제로스토어 측은 "우리는 2030세대 여성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고 있으며, 실질적인 재구매율 또한 이 연령대에서 가장 높다"며 "특히 대학생 고객층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이어 "소비자들은 다양한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점주들과도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기 때문에 단기간에 매장 수를 빠르게 늘릴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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