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영향…작년 유럽·중동 급증
방위비·유럽안보 발뺀 美 영향
유럽 당분간 더 늘어날 듯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심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이 1년 새 1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유럽 안보에 대한 미국 역할 변화와 유럽연합(EU)의 '재무장 계획'으로 유럽의 군사비 지출은 당분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협상과 별개로 한국 등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 문제를 다룰 방침이라고 밝히면서 일부 국가의 군사비 지출은 올해 더 늘어날 전망이다.
2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분석을 인용해 2024년 전 세계의 총 군비 지출이 전년 대비 9.4% 증가한 2조7180억달러(약 3910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가장 많은 군사비를 지출한 나라는 미국이었으며 이어 중국, 러시아, 독일 순으로 군사비 지출 규모가 컸다. 북한 위협에 상시 노출된 우리나라의 경우 2023년보다 1.4% 증가한 476억달러를 지출했다.
냉전 이후 감소세였던 군사비 지출은 2000년대 들어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고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증가 속도가 가속화됐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각국이 군비를 경쟁적으로 늘리면서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군사비 지출 비율은 2.5%로, 전년과 견줘 0.2%포인트 상승했다.
SIPRI의 샤오 리앙 연구원은 "안보를 우선시하면서 다른 예산을 희생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사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이 10% 가까이 늘어난 데에는 우크라이나와 중동뿐 아니라 북아프리카 등에서도 분쟁이 격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군사비 지출은 유럽과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급증했으며 유럽의 경우 군사비 지출 증가율이 직전해와 비교해 17% 급증, 1989년 냉전 종식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물가 변동을 제외한 실질 기준으로 냉전 말기 수준을 초과한 것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유럽의 군사비 지출은 올해를 기점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에 방위비를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는 데다 미국이 유럽 안보에 발을 빼면서 유럽 각국이 국방비를 증액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처해있기 때문이다. 유럽 대륙의 안보 판도에 변화가 일자 EU는 3월 8000억유로(약 1300조원) 규모의 '재무장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SIPRI 유럽 담당 로렌초 스카라차토 연구원은 "유럽은 한동안 군사비 급등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며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월 출범하면서 유럽 안보에 대한 미국의 관여가 소극적으로 변했고 서유럽 국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 자주적으로 역내 안보를 책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분쟁이 극심했던 중동 지역도 군사비가 15% 증가했는데, 이스라엘의 경우 지난해 군사비로 465억 달러를 썼다. 이 같은 군사비 지출은 전년과 비교해 65% 늘어난 것으로, 이는 제2차 중동전쟁이 발발했던 1956년 이후 최대 증가율이다.
향후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이 더 늘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방위비 협상을 관세와 별도 사안으로 다룰 방침이라고 공개 발언해 방위비 문제를 본격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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