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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막이설비, 침수 막는 안전장치인데…"집주인은 나몰라라"[반지하 속 세상]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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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막이설비 없지만 싼 가격에 반지하 찾아
서울 내 물막이설비 누적 총 1만5683개 설치
집주인 무관심에 설치되지 않은 곳 다수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반지하 주택 현관. 물막이설비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정윤 기자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반지하 주택 현관. 물막이설비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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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한테 물막이판(설비)을 해달라고 했지만 지금도 없습니다. 걱정이 많죠."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살고 있다는 장모씨(45)는 지난달 15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장씨의 집과 도로는 낮은 턱을 사이에 두고 경계가 갈라져 있다. 집의 현관문은 도로보다 한참 낮다. 물벼락 같은 국지성 호우에 금방 턱 위로 물이 차오를 텐데 올해는 어떻게 여름을 나야 할지 "막막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장씨와 달리 집주인들은 물막이설비가 달갑지 않다. '침수된 집'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월세를 더 낮춰야 한다. 전문가들은 세입자들이 물막이를 신청하면 집주인의 반대에도 물막이설비를 할 수 있도록 법적 요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침수집, 낙인 효과 두려워 물막이 신청 안해요"

장씨처럼 물막이가 없는 반지하 가구는 서울시내에도 상당수가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내 25개 자치구에서 물막이설비는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총 1만5683개가 설치됐다. 시 내 지하·반지하 주택이 약 20만가구인 것을 고려하면 약 8%만이 물막이설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2023년 시가 침수방지시설이 필요하다고 밝힌 반지하가 2만8537가구와 비교하면 55% 정도만이 물막이판으로 침수에 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중 영등포구에서 가장 많은 물막이설비가 설치됐다. 구별로는 영등포구 2006개, 관악구(1880개), 동작구(1262개), 금천구(1133개), 구로구(990개) 순으로 파악됐다. 가장 적게 설치된 자치구는 중구(7개)로 파악됐고, 용산구(49개), 종로구(77개), 서대문구(140개) 순이었다.

수치로는 영등포구, 관악구에 가장 많이 물막이설비가 설치됐다고 했지만 기자가 직접 찾은 대림동·신림동 등에는 아직도 많은 주택들이 물막이 없이 방치되고 있다. 2022년 8월 국지성 집중 호우로 집중 피해를 본 지역들이다.

물막이설비, 침수 막는 안전장치인데…"집주인은 나몰라라"[반지하 속 세상]③ 원본보기 아이콘

반지하가 침수에 쉽게 노출되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한 물막이설비는 필수 요소다. 그래서 집주인이 신청하면 무료로 물막이설비를 해준다. 시가 예산을 들이고 자치구가 신청을 한 주택을 대상으로 물막이판 등을 설치한다.


그런데 집주인 입장에서는 물막이설비가 달갑지 않다. 이 설비가 설치돼 있음 침수집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되고 월세민을 구하는 것도 어려워지게 된다. 물막이설비가 침수 피해를 막는데 소용없다는 인식도 있다. 오히려 물막이를 설치하지 않고 침수가 되면 펌프로 물을 퍼내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대림동 인근 A공인중개업소는 "집주인 입장에서는 물막이설비가 있으면 침수가 자주 일어나는 집이라는 인식이 생기는 것이 두려운 상황"이라며 "물막이설비 신청을 귀찮아하기도 하고 '설마 또 홍수가 나겠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일단 싼 집 구해요. 물막이 설치, 고려 못해요"

세입자가 신청해도 물막이 설비를 설치할 수 있다. 다만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가급적 저렴한 월세를 찾기 위해 반지하를 알아보는 세입자 입장에서도 물막이 설비를 거주의 필수 요건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에 거주하려는 중국인들은 신림동, 대림동 등지의 반지하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물막이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B공인중개업소는 "중국인 세입자 중에서는 오랫동안 반지하에 머무를 생각이 없는 사람이 많아서 저렴한 가격만 생각할 뿐"이라며 "물막이 설비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물막이판이 침수를 예방하는 한편, 대피할 시간까지 벌어줄 수 있어 참사를 막을 필수적 장치라고 말한다. 그래서 세입자가 신청해도 물막이 설비를 해줄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펌프는 사후적 수단인데 일차적으로 대비를 하기 위해선 침수를 예방하는 물막이판이나 역류 방지 장치 설치가 필요하다"라며 "집주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설치가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가 있는데 실제 거주자의 요청으로서도 설치할 수 있게끔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물막이판이 설치돼 있으니 만약 비가 오더라도 안전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이상 기후, 국지성 호우로 인해 예상치 못한 양의 비가 올 수 있어 더욱더 설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가 자주 오는 계절에는 배수구 청소를 자주 하고 항상 열어둬야 한다"며 "중국인도 세금을 내고 살아가기에 그에 대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그들도 침수 피해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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