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전기와 MOU 4년 만에
내달 산업부 풍력 입찰 겨냥
부품 들여와 제조-유지보수
유럽보다 30% 저렴한 가격
안보평가 항목 걸림돌 전망
국내 업체 경쟁력 저하 우려도
효성중공업이 중국 해상풍력 터빈 제조사인 상해전기와 추진하는 합작사 설립을 오는 6월로 정했다. 지난 2021년 양사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4년 만이다.
국내에서 해상풍력 터빈을 생산하게 되는데, 다음 달 예정된 산업통상자원부의 풍력 입찰에 참여하는 개발사 물량을 수주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해상풍력 터빈은 유럽 제품에 비해 30%가량 저렴해 가격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정부가 입찰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국가 안보'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24일 풍력업계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은 오는 6월 상해전기와 51대 49의 비율로 해상풍력 터빈을 생산하기 위한 합작공장을 경남 창원에 세운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중국에서 부품을 들여와 한국에서 터빈을 제조하고 유지보수까지 맡는 조건으로 합의했다"며 "점진적으로 한국 부품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효성중공업은 2021년 상해전기와 MOU 체결 후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합작공장 건립을 준비해 왔다. 2023년 10㎿급 해상풍력 터빈에 대한 KS 인증을 받았으며 추가로 8.5㎿급 터빈의 KS 인증도 준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의 풍속에는 10㎿급보다는 8.5㎿급 풍력 터빈이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효성중공업은 한국 시장 여건에 맞춰 향후 한국 공장에서 16㎿급 터빈도 생산할 계획이다.
효성중공업이 손을 잡은 상해전기는 블룸버그NEF가 2021년 실시한 평가에서 중국 5대 풍력 터빈 제조업체에 오른 기업이다. 해상풍력 터빈만 놓고 볼 때는 중국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효성중공업이 해상풍력 터빈 합작사를 6월에 세우기로 한 건 다음 달로 예상된 산업부의 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해상풍력 공고 물량은 고정식 2~2.5GW, 부유식 0.5~1GW 등 총 2.5~3.5GW가량이다. 입찰 결과는 7월에 나온다. 현재 국내외 개발사들과 접촉하고 있는데, 결과가 나오기 전 풍력 터빈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한 의도가 강하다. 최종 입찰 물량은 수요조사를 통해 재산출할 계획이다.
다만 효성중공업이 상해전기와 손잡고 들여오는 해상풍력 터빈이 선정되기 위해선 안보 평가 항목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터빈은 유럽 제품에 비해 약 30% 저렴하기 때문에 가격 평가에서는 유리하지만 합작 파트너가 국내 기업이 아닌 만큼 안보 항목에서는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부는 지난해 입찰에선 안보 점수를 산업경제 효과에 포함했으나 올해에는 지난 2월 국가자원안보특별법이 발효하면서 별도 평가 항목으로 구분했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중국의 해상풍력 터빈 기술을 이전받고 주요 부품에 대해서는 5년 치 재고를 확보해 에너지 안보 우려를 해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 및 국내 자체 개발 해상풍력 터빈에도 국내 부품의 비중이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 풍력 터빈의 국내 진출에 대해 해상풍력 업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저렴한 중국 풍력 터빈을 도입할 경우 경제성을 확보해 사업 속도를 높이고 해상풍력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 반면 국산 해상풍력 기자재 기업이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에너지전환포럼이 국회에서 주최한 '풍력산업 활성화와 국내 제조업 육성을 위한 토론회'에서 손찬희 한화오션 상무는 "중국산 풍력 터빈을 무조건 배척할 것이 아니라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위원은 "중국 기업이 한국서 저가 기자재로 단순 조립만 한다면 우리 기업의 성장을 방해하고 수출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해상풍력 경쟁입찰부터는 발전공기업, 지방공기업 등 공공을 대상으로 별도 입찰 시장을 개설할 계획이다. 전체 입찰 물량의 약 30%가 공공 주도 입찰에 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두산에너빌리티, 유니슨 등 정부 연구개발(R&D) 과제로 개발한 풍력 터빈을 사용할 경우 평가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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