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2040년에는 U자형 한반도 고속도로 확대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해선 언급없어
'205조 부채' 한전이 떠안으면 결국 국민 부담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4일 에너지 정책 공약을 내놓았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이를 위해 서해와 남해, 동해를 잇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오는 26일 치러지는 호남지역 경선을 앞두고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지역 민심을 잡기 위해 내놓은 공약으로 풀이된다.
에너지 고속도로 공약에 관련 전력 기자재 기업들은 반기고 있다. 하지만 수십조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205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한국전력이 이 비용을 부담하면 결국 국민들의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에너지 고속도로로 대한민국 경제 도약과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며 "기후 위기 대응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국제에너지기구(IEA, 2024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중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여전히 최하위 수준"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에너지 비중은 원자력 31.7%, 석탄 28.1%, 액화천연가스(LNG) 28.1%, 재생에너지 9.5%, 신에너지 1%다. 이 후보는 "석탄 비중을 최소화하고 LNG 비중을 줄여가되 재생에너지 비율을 신속히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이 후보가 강조한 것은 에너지 고속도로다. 이 후보는 "2030년까지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며 "20기가와트(GW) 규모의 남·서해안 해상 풍력을 해상 전력망을 통해 주요 산업지대로 송전하고 2040년 완공 목표로 'U'자형 한반도 에너지 고속도로를 시작해 한반도 전역에 해상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프로젝트로 호남과 영남의 전력망을 잇고 동해안의 해상풍력까지 연결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을 만들겠다"고 제시했다.
이같은 구상은 앞서 지난 3월 17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한국풍력산업협회와 공동 주최한 '재생에너지 구축을 위한 해상풍력 역할과 지원 방안'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소개한 내용과 유사하다. 이재명 후보 캠프가 민주연구원 제안을 공약으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배지영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은 '에너지 고속도로 개념 및 추진 방향'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에너지 고속도로 5대 설계 요소로 ▲에너지 기초공사(계통 안정화 설비) ▲서해안고속도로(HVDC 기반 해상 그리드) ▲에너지 휴게소(망 혼잡 제어용 에너지저장장치) ▲지역 간 에너지 고속도로 연결(장거리 송전선로 건설) ▲지역 내 에너지 확보(분산 에너지를 통한 지역 생산 지역 소비)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는 2030년까지 서남 지역에 고압직류송전(HVDC) 해상 송전망, 고압교류송전(HVAC) 육상 송전망을 건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전남, 전북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도권으로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앞으로 확대하는 서해안 해상풍력발전단지에서 생산한 전기도 수도권 주요 산업단지로 송전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한반도 에너지 고속도로는 2040년까지 남해안~동해안에 HVDC 해상 전력망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전남, 경남 등지에 풍력발전 배후 단지를 조성하고 이곳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요지로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날 이재명 후보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케이블 등 전력 기자재 기업들은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해상그리드산업협회 관계자는 "관련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서해안 고속도로 및 'U'자형 한반도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날 이 후보는 재원 방안 마련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도 전력망 확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했지만 재원 확보 방안과 국민들의 전기 요금 부담 등을 해결 과제로 제시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에너지 고속도로의 핵심을 이루는 재생에너지, 전력망, 에너지저장장치(ESS), 그린수소, 히트펌프 등의 구축을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며 "그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력망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은 한국전력이 부담하게 되며 결국 그 비용은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말 기준 205조5000억원의 부채, 34조7000억원의 누적적자를 떠안고 있다. 유 교수는 "이들 에너지 공기업의 부실화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제시해야 실행력이 담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기존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연계해 수립한 10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에서도 56조원의 전력망 투자 비용을 예상했다"며 "이보다 더 많은 비용이 수반될 것으로 예상되는 에너지 고속도로에 대한 재원 확보 방안을 먼저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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