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 실질 GDP, -0.2%…내수·수출 모두 둔화
심리위축· 건설경기 부진· 반도체 수요이연 영향
2분기 민간소비 중심 소폭 개선 예상에도
더딘 내수회복·美 관세폭탄…올해 저성장 그림자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전망치를 밑돌며 역성장했다. 2년3개월(9분기) 만에 가장 부진한 분기 성장률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며 경제 심리가 위축된 데다 건설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내수와 수출이 모두 둔화했다. 대형 산불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이연 등 일시적 요인까지 더해지면서 역성장을 면치 못했다. 2분기 들어서도 내수 회복이 더딘 데다 미국발 관세 충격에 따른 수출 부진 역시 예고돼 있어 올해 경제 성장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24일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전 분기 대비 0.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소수 둘째 자리까지 보면 -0.24%다. 이는 한은이 지난 2월 경제전망 당시 내놓은 수치(0.2% 증가)를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2022년 4분기(-0.5%) 이후 2년 3개월 만의 최저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2분기(-0.2%) 이후 세 분기 만에 다시 마이너스 성장에 머물렀다.
수출·내수 동반 부진…HBM 수요 이연·심리 위축 영향
올해 1분기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했다. 수출은 화학제품 등이 감소하며 역성장했고, 내수도 건설투자와 설비투자, 민간소비, 정부 소비 등에서 전반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했다. 수출은 화학제품, 기계 및 장비 등이 줄어 1.1%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에 이은 마이너스 성장이다. HBM 수요 이연 등 일시적 요인이 작용했다. 수입은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류를 중심으로 2.0% 줄었다. 지난해 1분기(-0.4%) 이후 네 분기 만의 역성장이다.
내수는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건설투자는 네 분기째 골이 깊은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하고 있다. 1분기 건설투자 성장률은 건물 건설을 중심으로 전기 대비 3.2% 줄었다. 건설투자는 투자심리 회복이 지연된 요인뿐 아니라 착공 위축에 따른 공사실적 부진, 일부 공사 중단, 한파·폭설 등 이례적 요인으로 공사 진척에 차질이 생기면서 감소세를 지속했다. 설비투자 역시 미국 통상정책 불확실성 확대 영향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반도체제조용장비 등 기계류를 중심으로 2.1% 감소했다. 민간소비는 오락문화, 의료 등 서비스 소비가 부진하면서 0.1% 줄었다. 정부 소비 역시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 등이 줄며 0.1% 감소했다.
지출 항목별 1분기 성장률 기여도를 보면 내수 부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0.6%포인트에 그쳤다. 건설투자(-0.4%포인트), 설비투자(-0.2%포인트)를 중심으로 내수의 마이너스 기여도를 키웠다. 전 분기(-0.2%)에 이은 마이너스 기여도다. 순수출(수출-수입) 기여도는 전 분기에 이어 0.3%포인트를 기록했다. 경제주체별로 보면 민간이 GDP 성장에 -0.3%포인트 영향을 줬고, 정부는 투자 중심으로 성장에 0.1%포인트 기여했다. 정부 건설투자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상반기 집중 집행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당초 1월엔 정치 불확실성 지속과 조업 일수 감소, 폭설 등 기상 여건 악화로 부진했다가 2~3월 경제 심리 개선으로 회복되는 1분기 흐름을 기대했다. 수출도 고성능 반도체의 높은 성장세를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치 불확실성 정도가 이전 경험에 비해 컸고 그 기간도 매우 길었다. 3월로 오면서 미국 관세정책 예고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심리지수가 3월 재차 하락하는 등 경제 활동이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출도 신제품을 기다리면서 수요가 둔화한 영향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과 건설업의 부진이 뚜렷했다. 제조업은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기계 및 장비 등을 중심으로 0.8% 감소했다. 건설업은 건물 건설을 중심으로 1.5% 줄었다. 반면 농림어업은 어업을 중심으로 3.2% 증가했고 전기가스수도사업은 가스·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을 중심으로 7.9% 늘었다. 서비스업은 금융 및 보험업, 정보통신업 등에서 늘었으나 운수업,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 등이 줄며 전 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2분기엔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1분기 대비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국장은 "1분기보다 심리가 좋아질 것 같고, 오는 6월 대선에 따라 예산 집행하는 부분이 있어 비영리단체를 중심으로 늘어날 요인이 있다"며 "건설투자는 빠른 회복을 기대하긴 어려우나 공공부문 투자가 늘면 투자 부진이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설비투자 역시 이번 분기 일시적 조정이 있었으나 중기 시계로는 가장 좋은 상황이라 플러스 전환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1분기 성장률을 보면 내수는 소비가 많이 빠졌고 건설도 안 좋았다"며 "다만 건설은 아무래도 정치 불확실성을 더 탈 테니 대선이 끝나면 좀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 역시 정치 불확실성 등이 줄면서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저성장 그림자 짙어진다…한은, 올 성장률 하향 조정 예고
2분기 이후 성장 전망 역시 어둡다. 부진한 내수가 여전히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 폭탄에 수출 역시 종전만큼 힘을 쓰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 경제전망을 통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1.0%로 크게 낮춰잡았다.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0%대 성장을 점치는 곳도 늘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 2월 경제전망 당시 올해 성장률을 1.5%로 내다봤으나 다음 경제전망 발표가 있는 5월에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7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관세 정책이 나온 것을 보면 2월 전망 당시 가정한 시나리오는 너무 낙관적"이라고 짚은 바 있다.
지난해 내수 부진을 만회했던 수출은 올해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공통적인 목소리다. 손종칠 한국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은 계속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관세 불확실성은 줄어들겠지만, 우리나라뿐 아니라 유럽·일본·미국 전부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는 등 글로벌 경기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수출은 성장률 기여도가 더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교수 역시 "수출은 관세가 실행되기 전에 미리 내보낸 부분이 있어 당장 2분기부터 안 좋아질 수 있다"며 "만약 미국 경기가 관세로 꺾이고 미·중 관세 싸움이 생각보다 오래가면 우리나라 대미·대중 수출 모두 꺾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업황이 나쁘지 않은 반도체가 만회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관세 협상은 빨리하는 것보다 다른 나라보다 유리하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다.
내수 회복을 위한 정부의 추가적인 재정정책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손 교수는 "내수나 소비 진작 등을 통해 만회돼야 할 텐데, 그런 측면에서라도 새 정부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재정 방어 정책을 쓸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 역시 좀 더 필요하다고 봤다. 내수 진작뿐 아니라 관세 협상에 따라 수출기업 충격 완화에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12조원은 정부가 최소한으로 잡은 걸로 본다. 추경이 더 필요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결국은 어느 분야에 더 풀 것이냐에서 정치적인 시각이 들어가면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봤다. 이 교수 역시 "이번 추경 규모를 고려하면 새 정부 들어 한 번 더 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빚을 내는 것이므로 과도하게 자주 하거나 규모를 키우는 것은 고민해봐야 한다"고 짚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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