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아동·청소년 피해자 현황 살펴보니
5년간 아동·청소년 성매수 1510건 적발
2020년 137건→2024년 571건
피해자 88% 온라인에서 가해자 만나
아동·청소년 성보호 인식 약해져
#. 중학교 2학년 박모양은 익명 채팅앱을 통해 한 남성을 알게 됐다. 새아버지로부터 8년간 성적 학대를 당했던 박양은 그 남성과 교제한다고 착각했다. 남성은 성관계를 촬영하자고 요구했다. 박양은 선뜻 거절하지 못했다. 뒤늦게 박양을 보호하고 있던 지원 시설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음란물 소지죄로 남성의 핸드폰을 포렌식 조사했다. 남성의 핸드폰에서는 또 다른 범죄 사실이 드러났다. 박양은 8번째 피해자였다. 박양처럼 동영상이 찍힌 아동·청소년 7명이 더 있었다. 남성은 징역 7년형을 선고 받았다.
2020년 'N번방' 등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가 심각해지고, 피해자들의 노출 빈도도 높아지자 청소년성보호법은 법안 개정을 통해 처벌 요건을 강화했다. 하지만 아동·청소년 성매수 범죄는 줄어들지 않았다. 최근 5년간 3배나 증가했다.
26일 아시아경제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아동·청소년 성매수 적발 건수는 누적 1510건으로 집계됐다. 2020년 137건이었던 적발 건수는 2021년 190건, 2022년 236건으로 매해 증가세를 나타내더니 2024년에는 571건까지 늘었다. 성착취 범죄 중 성매수만 집계한 것으로 디지털 성착취 관련 범죄까지 합산 할 경우 피해 건수는 더 늘어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아동·청소년 성매수 범죄는 인구수에 비례하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서울과 경기, 인천에서만 발생한 범죄는 327건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국내에서 인구수가 가장 많은 경기남부 지역에서 적발 건수가 5년간 355건으로 가장 많았다. 경기남부는 2020년 30건으로 서울(25건)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으나 2023년 97건, 2024년 139건으로 급속히 많아졌다. 경기도 전체 1370만명 중 경기남부에 약 1000만 인구가 살고 있다. 서울 934만명보다도 많다.
광주 지역은 2020년 1건에서 2023년 11건, 2024년 22건으로 비율로만 비교해보면 20배 이상 대폭 늘어난 지역이다. 같은 기간 충북에서도 1건(2020년)이던 성매수 범죄는 15건(2024년), 전북 3건(2020년)에서 16건(2024년), 경북 4건(2020년)에서 22건(2024년) 등으로 많아졌다. 5년 전만 해도 한 건도 없었던 세종과 제주에서도 지난해 각각 3건, 5건이 적발됐다.
5년 사이 성매수 범죄가 급증한 이유는 온라인을 매개로 한 범죄 가담이 더욱 쉬워졌기 때문이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추세 및 동향 분석(2023)'에 따르면 성매수 피해 아동·청소년은 88.1%가 인터넷을 통해 가해자를 만났다. 처음 접촉하게 된 사이트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랜덤 채팅이 가능한 채팅앱(37.6%)이었다. 이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메신저가 25.8%, 12.6%로 뒤를 이었다. 온라인 게임을 통해서 알게 된 사이도 8.1%를 차지했다.
이달희 의원은 "최근 발생한 N번방·목사방 성착취 사건 또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매수나 마찬가지이다. 특히, 아동·청소년은 인터넷·스마트폰과 같은 첨단기술에 대한 수용성이 높고 접근이 더 쉽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아동·청소년 성매수 범죄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피해자보호 우선 원칙을 견지하면서, 적극적인 적발과 처벌 등을 통해 재범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더 나아가 대다수의 심적 고통을 겪고 있는 아동·청소년 피해자들의 상담과 치유에 소홀하지 않도록 사회적 울타리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 전반으로 아동·청소년의 성을 보호해야겠다는 도덕적 의식이 약해진 것도 성매수 범죄 급증의 이유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성착취자들은 본인들이 받을 처벌을 우려해 사회적 변화에 민감한 데 2020년 청소년성보호법이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범죄가 성행하고 있는 것은 범죄를 저질러도 전혀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가해자들의 자신감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이어 "성착취물 소지·유포·협박 등으로 10년 형을 받은 가해자도 있지만, 13살밖에 되지 않은 아동을 성착취 했음에도 집행유예로 풀어준 법원 재판부도 있다"며 "정치적·사회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은 결국 아동·청소년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디지털 성범죄,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성착취, 교제폭력, 스토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면 여성긴급전화 1366(☎1366)에서 365일 24시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 피해 관련 상담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청소년상담채널 디포유스(@d4youth)를 통해서도 1:1 익명 상담이 가능합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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