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획 [허위 청구·가짜 사고…그 돈은 내 보험료였다]
<보험사기와의 전쟁>
③-⑴보험사기 일선현장 뛰는 SIU를 아시나요
남자친구와 공모해 낚싯대 파손 보험사기 하다 적발
금융인 특유의 '데이터적 접근'으로 공소제기 이끌기도
보험사기를 잡는 최전선엔 SIU(보험사기특별조사팀)가 있다. 이들은 각 보험사가 운영하는 별동조직으로 인력 상당수가 전직 형사출신이다. 보험사기를 사전에 차단하거나 수사기관에 의뢰하는 방식으로 국민들의 보험료를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보험사기와의 조용한 전쟁터, 그 중심에 있는 SIU의 움직임을 아시아경제가 밀착 취재했다. 그들의 눈으로 본 현장은 치밀했고, 교묘했다.

형사 출신이자 17년째 SIU에 몸담아온 채경환 현대해상 자동차보험조사파트 수석은 지난해 11월 한 자동차사고를 접했다. 40대 초반 남성 A씨가 세종시 인근 마을길을 주행하다 갑자기 튀어나온 20대 중반 여성 B씨와 부딪힌 사고였다. B씨는 이 사고로 넘어져 들고 있던 낚싯대 8개가 부러졌다며 보험처리를 요구했다. A씨 보험으로 대인과 대물보상이 모두 필요한 상황이었다. 현장에 CCTV는 없었다. 게티이미지
SIU가 보험사기를 조사하는 과정의 출발점은 현장이다. 현장에서 취득한 증거와 가·피해자 진술의 인과성이 부족하면 조사가 시작된다. 이들이 수사기관은 아니기 때문에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형사 시절 체득한 육감과 금융인 특유의 분석적 접근이 시너지를 내며 보험사기단을 일망타진하는 데 성과를 내고 있다.
형사 출신이자 17년째 SIU에 몸담아온 채경환 현대해상 자동차보험조사파트 수석은 지난해 11월 한 자동차사고를 접했다. 40대 초반 남성 A씨가 세종시 인근 마을길을 주행하다 갑자기 튀어나온 20대 중반 여성 B씨와 부딪힌 사고였다. B씨는 이 사고로 넘어져 들고 있던 낚싯대 8개가 부러졌다며 보험처리를 요구했다. A씨 보험으로 대인과 대물보상이 모두 필요한 상황이었다. 현장에 CCTV는 없었다.
채 수석은 A씨와 통화를 마친 뒤 B씨가 현장에 나간 직원과 통화한 음성파일을 듣다가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A씨는 낚시용품을 판매하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B씨 남자친구도 낚시용품점을 한다는 점이었다. 결정적인 건 목소리였다. B씨는 사고 당시 남자친구와 낚시여행을 가려고 했다가 낚싯대가 부러져 가지 못하게 됐다며 500만원을 보상해달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남자친구를 잠깐 바꿔줬는데 그의 목소리는 A씨 목소리와 너무 흡사했다. 채 수석은 "목소리를 듣는 순간 직감적으로 1인이 2역을 하고 있다는 걸 확신했다"면서 "수사의뢰를 진행하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수사 결과 B씨 남자친구와 A씨는 동일인이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모해 고액의 합의금을 노린 보험사기였다. 이들의 대인·대물 보상액 507만원은 전액 환수됐다.
검찰 불기소 처분에도 과학적 데이터 모아 공소제기 이끌어내
보험업에 19년째 종사중인 오준근 KB손해보험 자동차SIU부장은 최근 특이한 자동차사고를 접했다. 30대 후반 남성 C씨가 고가의 벤츠를 이용해 교차로 좌회전 사고만 17건이나 낸 사건이었다. 오 부장이 보험사기탐지시스템(IFDS)과 보험신용정보통합조회시스템(ICIS) 등을 활용해 파악해보니 C씨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편취한 보험금은 1억원이 넘었다. 오 부장은 "C씨는 동시좌회전 때 차선을 넘어오는 차량에 고의로 부딪히는 식으로 사고를 냈다"면서 "누가 봐도 수상한데 C씨가 그동안 보험사나 수사기관으로부터 한차례도 조사받지 않은 점이 너무 이상했다"고 설명했다.
오 부장은 C씨를 설득해 블랙박스에 녹화된 사고영상을 입수했다. 그가 영상 분석프로그램을 통해 시뮬레이션해보니 C씨가 상대 차량을 인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도 고의로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오 부장은 분석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경찰을 통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도 감정을 의뢰했다. 그 결과 고의사고로 판단된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오 부장은 여기서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국과수와 한국도로교통공단 출신이 운영하는 사설감정기관에 추가 영상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C씨의 상대 차량 인지 여부와 핸들조향, 가속 측면에서 고의성이 재차 확인됐다. 국과수의 분석 결과와 거의 일치했다. 오 부장은 이를 토대로 법원에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부당하다며 공소제기를 명령해달라고 요청했고 결국 받아들여졌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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