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뒤 76조 시장으로 확대
먹는 비만약 시장이 열린다. 복부에 주사를 맞아야 했던 기존 제품과 비교해 복용이 간편한 경구용 약으로 '비만 정복'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는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먹는 비만 치료제 제품을 각각 승인 신청한다. 올해만 2개의 경구용 비만 치료제가 FDA 승인을 받고 내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만 치료제 '위고비'로 유명한 노보 노디스크는 위고비의 경구용 제품을 올해 초 판매 승인 신청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2023년 위고비 경구 약물 임상 3상에서 성공한 결과를 바탕으로 FDA에 승인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구용 위고비는 지난해 임상 3상에서 최대 용량을 투여받은 환자들이 64주 후 체중의 약 15%를 감량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노보는 즉시 승인을 신청하지 않고 주사제로 시판하고 있는 위고비와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을 대체할 차세대 약물 개발에 주력해왔다. 이번 승인 신청은 경쟁사인 일라이 릴리와 비만 치료제 개발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이루어졌다.
일라이 릴리는 최근 비만 치료제 신약 '올포글리프론'이 식이요법, 운동요법으로 혈당 조절이 불충분한 성인 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유의미한 효능을 확인했다. 40주간 투약 끝에 최대 용량군에서 평균 7.9%의 체중 감량을 유도했고 전체 참가자의 65% 이상이 당화혈색소(A1C) 수치를 당뇨병 진단 기준 이하(6.5%)로 낮아졌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의 경구용 비만 신약은 모두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을 타깃으로 한다. GLP-1은 음식을 섭취했을 때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혈당 조절에 중요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식욕 억제를 돕는다. 배고픔을 줄여 체중 감량을 유도하는 원리다.
경구용 약은 주사제에 비해 개발이 까다롭다. 먹는 약은 주사제와 비교해 약물의 체내 흡수율이 낮고 효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주사제와 같은 효능을 내기 위한 용량 조절과 전달 체계 구축이 까다롭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였다. 용량 조절에 실패하면 간 독성 등의 부작용을 겪게 될 가능성도 있다. 화이자는 경구용 GLP-1 작용제인 '단글리프론' 임상 시험에서 간 독성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해당 약물의 개발을 포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구 제품 개발은 환자의 치료 허들을 낮추고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현재는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 중심의 경쟁이지만 현재 임상을 진행 중인 신약까지 시장에 뛰어들면 치료제 가격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기관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4년 89억달러(약 12조7492억원)에서 2030년 540억달러(약 77조3550억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만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영국은 BMI(체질량지수) 40 이상의 고도비만 환자에게 위고비 보험 급여 적용을 권고하고 있다. 비만약에 대한 보험 적용 여부가 주요국으로 확대되면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더욱 커질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