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에 투자자들 '저가 매수' 나서
경제 불확실성에 금 관련 상품도 인기
국내 5대 은행의 달러예금이 이달 들어서만 4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전쟁으로 달러 가치가 급락하자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해 달러를 사들인 이들이 대거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7일 기준 달러예금 잔액은 607억44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의 580억2000만달러보다 4.7% 증가한 수준이다.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이달 들어 지난 10일 563억5000만달러까지 더 감소했다가 이후 17일까지 불과 5거래일 만에 40억달러 넘게 다시 증가했다. 달러예금은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잔액이 눈에 띄게 줄고 환율이 하락하면 다시 잔액이 늘어나는 '반비례' 관계를 보여왔다.
환율은 미국 상호관세가 발효된 지난 9일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484.1원으로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12일(1496.5원)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어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된 지난 17일 1418.9원으로 하락, 지난해 12월5일(1415.1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소위 '바겐세일'이 진행 중"이라며 "상호관세로 인한 혼선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달러 약세로 인한 환율 추가 하락도 기대해 볼 만하다"고 전망했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져 안전자산 수요가 높아지면서 금 관련 상품에도 돈을 쏟아붓는 분위기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지난 17일 기준 골드뱅킹 잔액은 1조649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나·NH농협은행은 골드뱅킹을 취급하지 않는다. 골드뱅킹은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은행 계좌를 통해 금을 0.01g 단위로 사고 팔 수 있는 상품으로 3개 은행 잔액은 지난달 말 1조원을 돌파한 뒤로도 연일 역대 최대 규모를 갈아치우고 있다. 실물 금을 보유하지 않고도 가입 기한이나 금액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금을 매입·매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골드바 역시 인기다.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이달 들어 17일까지 207억8000만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 한 달 동안 총 99억4000만원이 팔린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이다. 월별 골드바 판매액은 지난해 11월 150억9200만원, 12월 187억7000만원, 올해 1월 270억3100만원 등으로 점차 들다가 2월 882억9300만원으로 폭증했다. 이후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골드바 수급 불안에 판매를 전면 중단하는 등 전례 없는 품귀 현상이 벌어져 3월 386억4000만원으로 줄었다.
금 가격 상승 배경에는 글로벌 경제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자리잡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져 안전자산 수요가 높아진 탓이다. 금융시장 혼란이 커질 수록 금값이 당분간 우상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금 관련 상품 투자 움직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향후 금 가격이 3400~3500달러 이상 상승할 여지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지영 인턴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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