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인섭 티엑스알로보틱스 대표 인터뷰
지난달 코스닥 상장…투자자 공모서 흥행
'로봇 서비스 사업' 진출하며 투자 활발
경기 부천시 티엑스알로보틱스 물류 자동화 사업본부. 작업복을 입은 직원들은 곧 고객사에 인수될 휠 소터(Wheel Sorter)를 앞에 두고 마지막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는 데 여념이 없다. 휠 소터는 컨베이어 벨트 위의 작은 바퀴들이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물류 창고 안의 택배 상자를 분류해주는 자동화 시스템이다. 티엑스알로보틱스가 생산하는 휠 소터는 롤러 중심 간의 거리(Pitch)가 세계 최소 수준이다. 다른 휠 소터보다 오차가 적고 택배를 빠르게 분류할 수 있다. 지난 17일 찾아간 티엑스알로보틱스에선 이처럼 특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로봇·물류 자동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꿈이 영글고 있었다.
엄인섭 티엑스알로보틱스 대표는 "세계 최소 수준의 55㎜ 휠 피치로 중대형뿐 아니라 소형 화물도 정확하게 처리하며, 자유자재로 각도를 조절해 여러 방향으로 보낼 수 있다"며 "휠 소터는 티엑스알로보틱스가 지닌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만든 설비"라고 말했다.
티엑스알로보틱스는 2021년 유진그룹 물류 계열사인 유진로스틱스가 물류 자동화 기업인 태성시스템을 인수하고 2024년 태성시스템이 로봇 전문기업 로탈을 흡수합병하면서 탄생한 로봇·물류 자동화 전문기업이다. 휠 소터를 주력 제품군으로 하는 물류 자동화 사업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한 뒤 지난달엔 코스닥 상장에도 성공했다. 기관투자가와 일반 투자자 청약에서 8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시장의 관심이 뜨거웠다.
'핵심 과업'이던 상장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엄 대표는 "앞으로 회사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며 "IPO(기업공개)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임직원들과 회사 운영 방안에 대해 열띠게 토론했다"고 했다.
상장 이후 티엑스알로보틱스에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서비스 로봇 사업' 분야로의 사업 확장이다. 전체 매출 가운데 60%가량이 물류 자동화 사업에서 창출될 만큼 국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티엑스알로보틱스는 최근 해당 분야에서 쌓은 노하우를 토대로 서비스 로봇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국내 최초로 상용화한 매카넘 휠(Mecanum Wheel)을 기반으로 자율주행로봇(AMR)에 로봇팔을 결합한 이동식 로봇의 일종인 모바일 매니퓰레이터로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조금씩 확대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ACS(AMR control system),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개발을 바탕으로 최근엔 청소·소방 로봇 등 특수 목적형 서비스 로봇 시장에도 진출했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로 자체 관제·제어시스템을 개발해 '한국 맞춤형 서비스 로봇'을 만드는 것을 엄 대표는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티엑스알로보틱스가 지닌 ACS, 임베디드 시스템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로봇·비전·AI 기술이 결합한 피스피킹 로봇(개별 상품을 집어 옮기는 로봇) 개발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2년 뒤에는 물류 자동화 사업과 로봇 자동화 사업 분야에서의 매출 비중이 5대 5 정도로 맞춰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를 '소프트웨어 강점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원년으로 삼는다는 것이 엄 대표의 계획이다. 삼성SDS 물류·팩토리 자동화사업부에 몸담으며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실감해서다. 티엑스알로보틱스는 그 일환으로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AI 연구소 신설을 계획하고 있다.
엄 대표는 "AI 연구소에서는 비전 알고리즘 고도화, ACS, SCS(STK Control System) 등 향후 로봇 개발과 자동화 솔루션을 위한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집중적인 연구가 이뤄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우리 회사를 소프트웨어가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핵심 거점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물류 자동화 분야의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북미·유럽 지역에 에이전트를 확대하고 외국에 공장을 짓는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턴키 사업(기획·설계·제작·유지보수 등 전 과정을 책임지는 방식)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내년에는 북미 최대 물류 전시회 '모덱스(MODEX)', 일본 국제 물류 박람회 '로지 테크 도쿄' 등 세계 박람회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해 기업 홍보에도 나선다.
엄 대표는 "가깝게는 우리 회사가 세계에서 10위 안에 손꼽히는 로봇·물류 자동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이며, 장기적으로는 단순히 매출만 올리는 기업이 아닌 우리 사회, 나아가 인류에게 혜택을 주는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꿈을 꾸고 있다"며 "올해는 티엑스알로보틱스가 이 같은 목표로 도약하기 위한 특별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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