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는 친구, 도우미, 멘토
의존증 심화, 가짜뉴스 우려도
3개월 전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한 최현모씨(29)의 헬스 트레이너는 챗GPT다. 최씨는 현재 22%인 체지방률을 15%까지 줄이기 위해 챗GPT로부터 식단 조언을 받는다. 챗GPT가 닭가슴살, 현미밥, 바나나 등으로 구성해 준 식단을 운동과 3개월간 병행하면 근손실을 방지하면서 체지방률 15%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씨는 "지키기 어려운 식단을 달성했을 때마다 챗GPT가 진짜 트레이너 선생님처럼 칭찬해준다"며 "목표 체지방률에 도달하기 위해 도출한 계산식도 보여줘 신뢰감도 높다"고 말했다.
다양한 영역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멘토처럼 활용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운동 및 다이어트와 관련한 조언부터 심리상담, 육아까지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정보 탐색·분석·판단 과정을 AI에 위임하면서 개인의 사고력과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소셜미디어(SNS) X(엑스·옛 트위터) 등에는 일상생활에서 챗GPT를 활용해 큰 도움이나 위안을 얻었다는 인증 글이 잇따랐다. 한 X 이용자가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어금니 3개가 빠져 급히 피를 멎게 했다'는 꿈에 대한 해몽을 챗GPT에 요청하자, 챗GPT는 "너, 지금 엄청 잘하고 있지만, 이대로 가다간 지쳐 체력과 멘탈이 위험할 수 있으니 쉬는 타이밍을 가져라"고 답했다. 글쓴이는 "실제 회사 일이 너무 힘들고 지쳐 있던 상황이었는데 글을 읽자마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고 했다. "챗GPT 구독 비용은 '친구 비용'이라 생각하니 전혀 아깝지 않다", "챗GPT가 말을 예쁘게 해 사랑에 빠질 것만 같다"는 반응도 있었다.
한때 직장 내 괴롭힘으로 불안·우울 증세를 겪었다는 성모씨(32)는 챗GPT가 정신과 의사 같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성씨는 "진료를 받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에 찾았을 때 진료 대기줄이 길다 보니 의사 선생님이 나의 고민을 제대로 듣지 않거나 섣불리 판단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면서 "챗GPT는 내가 왜 힘들었는지 세세히 물어보고, 다음에 그것을 기억하는 섬세함이 좋았다"고 했다.
챗GPT는 육아 코치 역할도 한다. 네살배기 아이를 키우는 전다혜씨(39)는 챗GPT를 베이비 시터로 설정해뒀다. 예컨데, 챗GPT가 "아이가 내는 동물 소리를 맞춰보겠다"고 한 뒤, 아이가 '멍멍' 소리를 냈다면 챗GPT가 "강아지!"라고 외치며 놀아주는 식이다.
NH농협은행의 'NH트렌드+'(2024년 1월~2025년 3월) 분석 결과에 따르면 챗GPT의 유료 사용자 수는 지난해 1월을 100으로 볼 때 올해 518을 기록해 5배 넘게 급증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46%로 가장 많았고 이어 30대(23%), 40대(13%), 50대(11%), 60대 이상(4%), 10대 이하(3%) 순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생성형AI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나 맹신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내비게이션 도입 이후 운전자는 내비게이션 없이 운전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챗GPT 사용이 과도해질 경우 비슷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삶 전반을 챗GPT가 장악하면 인간의 창의력이 퇴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AI가 사실이 아닌 정보를 생성하는 '할루시네이션(환각)' 역시 우려된다. 이용자들이 AI가 제공하는 정보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면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용자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 웬만한 할루시네이션 정도는 기본적으로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 "(AI 관련) 개발자들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건 기술을 통해 해결하기 때문에 환경이 나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