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1Q 실질 GDP(잠정) 역성장 가능성
네 분기 연속 0% 전후…전례 없는 일
2분기 이후엔 美 관세 충격 여파
올 1% 미만 성장 전망도 "체질 개선 필요"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전망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0% 전후의 낮은 분기 성장률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성장에 대한 기대 역시 눈높이를 더 낮추는 중이다. 2분기 이후 이어질 미국 관세 충격 영향에 가계부채 등으로 내수 뒷받침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다. 취약한 기초 체력과 난망한 체질 개선에 한국 경제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의 목소리 역시 커진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수입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지난 3일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컨테이너와 수출용 자동차가 가득하다. 연합뉴스
"1분기 역성장 가능성"…네 분기째 바닥서 반등 못 하는 韓 성장률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오는 24일 발표할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0% 전후일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최근 '경제상황 평가(2025년 4월)'를 통해 1분기 성장률이 지난 2월 경제전망 당시 전망치인 0.2%(전 분기 대비)를 밑돌 가능성이 크며, 소폭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며 경제 심리가 위축된 데다 대형 산불, 일부 건설 현장의 공사 차질,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이연 등 일시적 요인까지 더해지면서 내수와 수출이 모두 둔화해서다.
1분기 GDP가 예상 수준에 머물면 우리나라 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0.228%)와 3분기(0.1%), 4분기(0.066%)에 이어 네 분기 연속 0% 전후의 저성장 행진을 이어가게 된다. 분기 성장률이 이같이 장기간 바닥에서 반등하지 못한 건 전례 없는 일이다. 굵직한 경제 위기가 닥친 상황에서도 길어야 세 분기를 넘어가지 않았고, 이후 큰 폭의 반등이 따라왔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로 1997년 4분기 -0.611%에서 1998년 1분기 -6.714%, 2분기 -0.78%까지 세 분기 골이 깊은 역성장을 겪었으나 이후 3분기(1.957%), 4분기(2.493%), 1999년 1분기(3.106%), 2분기(4.338%) 등에 걸쳐 반등했다.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엔 4분기 -3.374%를 기록한 후 2009년 1분기 0.264%, 2분기 1.352%, 3분기 3.051%로 이내 회복했다. 코로나19 쇼크가 발생한 2020년 역시 1분기 -1.286%, 2분기 -2.74%로 고전했으나 3분기(2.209%) 반등에 성공했다.
현재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4분기 실질 GDP 성장률(0.066%)은 전 세계 37개국 중 29위로 집계됐다. 콜롬비아·리투아니아를 제외한 36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중국을 더해 조사한 결과다. 분기 GDP를 놓고 세계 하위권 성장 성적표를 받아든 것 역시 세 분기째다.
2분기 이후 美 관세 충격 여파…올해 성장률 0~1% 전망 늘었다
이달 미국 관세 정책이 예상보다 강도 높고 광범위하게 추진되면서 올해 1분기 이후에도 성장률 회복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은은 관세 인상으로 미국 내 수입 가격이 오르면서 수요가 줄어 미국 직접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봤다. 여기에 미·중 상호 보복관세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면서 우리나라 대중 중간재 수출 역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규모는 GDP의 약 9.4%에 달한다. 직접 수출 약 6.8%, 우회 수출 약 2.5%로 관측된 결과다. 미국 직접 수출은 2021년 959억달러에서 2024년 1278억달러로 연평균 10.0% 늘었다. 대미 우회 수출 역시 2020년 기준 약 440억달러로 추산됐다.
이에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 역시 한은의 지난 2월 전망(750억달러)을 밑돌 전망이다. 한은은 5월 경제전망에서 자세한 숫자를 공개한다면서도, 미국 관세 충격에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비스수지 역시 통상마찰에 따른 상품교역 감소로 운송수지 흑자가 줄면서 적자 폭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다. 여기에 무역정책 불확실성 증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간접 경로를 통한 GDP 영향 역시 불가피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해 경제 성장률에 대해 "지금까지 상호관세, 대중국 관세, 품목별 관세, 10% 기본관세 등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나온 것을 보면 2월 전망 시나리오는 너무 낙관적"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통해 보면 5월 경제전망에선 2월 전망 당시 비관적 관세 시나리오를 통해 예측한 올해 성장률(1.4%)을 밑도는 수치가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희망적인 변수는 현재 시점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가 편성한 12조2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역시 올해 GDP를 0.1%포인트 올리는 데 그칠 것이란 게 한은 전망이다.
기초체력 흔들리는 韓…근본적인 체질 개선 필요
이런 이유로 국내외 기관의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 눈높이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지난 10일 기준 주요 투자은행(IB) 등 40여개 시장 참가자들의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 전망치 중윗값은 1.4%다. 하위 25% 값은 1.1%에 그친다. 0%대 성장률을 점치는 기관도 늘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0.7%), JP모건(0.7%), iM증권(0.8%), ING그룹(0.8%), 시티그룹(0.8%), 하이투자증권(0.8%), 캐피털 이코노믹스(0.9%) 등 7개 기관이 성장률 1% 미만을 점쳤다.
전례 없던 0% 전후 분기 성장률 장기화는 비단 올해 성장률 악화에만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관세 충격이란 격랑의 기저엔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생산 노동력 감소, 산업 혁신 지체가 불러온 생산성·효율성 저하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요인이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끊임없이 낮추는 한 드라마틱한 GDP 반등이 지속되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우리 경제의 실력을 보여주는 잠재성장률 기대치는 낮아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 5% 안팎이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0년대 연평균 3% 초중반, 2016~2020년 2% 중반을 거쳐 최근 2%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은 현재 추세가 개선 없이 이어질 경우 잠재성장률은 2025~2029년 연평균 1.8%에서 2030~2034년 1.3%, 2035~2039년 1.1%, 2040~2044년 0.7%, 2045~2049년 0.6% 등으로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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